코로나19 단상(斷想)
코로나19 단상(斷想)
  • 최정호
  • 승인 2020.04.01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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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은 예견된 사태이다. 많은 사람들은 차마 꺼내지 못했지만, 예감을 했을 것이다. 나도 지난번 신천지 교회의 집단 감염에 대한 <관용>을 언급했다가 몽매한 일부 시민들에게 심한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집단지성을 추앙하고 그것에 신성함을 부여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다수결이지만 과거의 현인들은 늘 중우정치의 폐단을 염려했다. <성난 물소떼>로 비유한 대중의 행태에 대한 스피노자의 비유는 그의 어려운 개인적 경험 때문만은 아니다.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있듯이 많은 시민들의 우울.염려증은 평균적 시민의 정서를 비관적으로 인도할 염려도 있다. 나에게 떠오른 두 가지 단상(斷想)은 역사에서 위안을 찾고자하는 노력일 것이다.

 1. 런던 대역병은 1665-1666년에 오늘의 영국에서 발생한 최후의 페스트 대규모 유행병이다. 이때 죽은 사람은 약 10만 명으로 당시 인구의 25%에 달한다. 당시 캠브리지 대학에 다니던 뉴턴은 학교가 폐교되자 고향 울즈소포에 내려와 자신만의 세계로 깊이 침잠했고 만유인력의 법칙, 미적분, 광학, 등에 관한 역사적 업적을 이루었다. 그래서 우리는 1666년을 <기적의 해>라고 부른다. 당시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현재보다 더 가혹할 수 밖에 없었고, 유행병이 사라질 때까지 원천적 분리가 필요했다. 이는 과거의 조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람은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거나 병들면 죽기 마련이다. 현재의 우리는 토로나19에 대한 근본적 치료법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예방, 증상치료, 생명유지등등 치사율을 낮출 여러 가지 방법을 알고 있고, 또한 실행 중이다. 과학적으로 입증 불가능한 <기적>은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달았기 때문에 우리는 <기적>에 의존하지 않는다. 기적은 인간의 의지와 노력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을 극복해 나아가는 것에 대한 문학적 표현이다. 뉴턴은 절망의 시간 속에서 인류역사를 바꾼 가장 커다란 진전을 이루어 낸 과학혁명을 이루어 냈다. 절망은 패배한 자에게 예비된 심리상태이다. 인간은 바이러스에게 멸종당할 운명이 되기에는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

 2. 스페인 독감은 명명법의 폐해를 일깨우는 사례중에 하나이다. 이 유행병의 발생이 스페인과 연관이 없음에도 전시 중에 이 질환에 대한 유일한 탐사보도가 많았다는 이유로 붙여진 이름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영국이나 미국의 군 막사에서 발병하여 세계적인 유행병이 된 이 감기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죽은 사람이 약 1,500만 명인데 이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는 5,000만 명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 때문에 전쟁 당사자들은 서둘러 평화조약을 맺었다고 한다. 당시 세계인구가 25억명 이었던 걸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망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는 이 독감으로 사망했다. 기저질환인 뇌졸중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동안 이 독감에 걸렸다. 그의 제자였던 에곤 실레는 클림트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고 영안실로 달려가 클림트의 마지막 모습을 드로잉하며 스승에 대한 애도를 하였다고 한다. 실레는 그 해 10월 클림트를 따라 이 감기로 사망했는데 이때 그의 나이 28세이다. 사망자(클림트)의 시신에 밀접 접촉을 했지만 접촉당시에는 전염되지 않았고 임신 중인 그의 부인이 사망한지 3일만에 그도 사망한 걸로 보아 그는 가족 간 전염으로 희생되었다. ‘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이 흐른다. 우리 사랑을 나는 다시 되새겨야만 하는가…. 밤이 와도 종은 울려도,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라는 시를 남긴 기욤 아폴리네르도 39살에 때 이른 죽음을 맞고, 마르크스를 비판했던 막스베버도 이때 사망했다. 스페인 독감은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의 사람들에게도 높은 치사율을 보였던 질환으로 당시의 의학수준에서는 대책이 없던 대역병이었던 셈이다.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자는 <경험>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어리석거나 치졸한 자들은 현실에 펼쳐지는 <경험>도 외면하거나, 왜곡하여 부정한다. 총선과 대역병이 쌍곡선을 그리며 지금 그리고 여기에서 시공간의 삼차함수는 변곡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바이러스는 빈부와 귀천을 가리지 않으며, 천지는 불인하고, 인간은 유약하다. 자연의 법칙에 반역하여 인간의 지배를 권하는 문명은 자연의 반격에 당황하여 길을 잃고 헤매이곤 한다.

 최정호 <대자인병원 성형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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