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
  • 이정덕
  • 승인 2020.03.30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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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한 말이다. “문재인 정권은 선거를 통해 집권하기는 했지만, 자신들의 집권을 유지하고 연장하기 위해 민주주의 제도를 파괴하고 있다,”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이런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강력하게 견제할 수 있는 야당이 존재해야 한다,” “내가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직을 뒤늦게 맡기로 결심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계의 언론들은 한국이 이번 코로나사태에서 민주주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는 2019년 한국 언론자유지수를 41위로 아시아에서 가장 높다고 발표했다. 미국 48위, 일본 67위, 중국 177위였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때 70위였는데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빠르게 상승했다. 김종인이 자신의 변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민주주의 파괴론을 들고 나왔다.

 만약 문재인 정권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면 김종인은 아주 나쁜 일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로서 2016년 총선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할 민주당을 뽑아달라며 뛰어다녔으며 결국 민주주의를 파괴할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데 기여하였기 때문이다. 김종인이 진심으로 문재인 정권이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이 2016년 왜 민주주의를 파괴할 정당의 총선을 지휘하였는지, 왜 문재인의 삼고초려에 응했는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왜 진짜로 민주주의를 파괴한 박근혜의 2012년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 적극 참여했는지에 대한 반성도 필요하다.

 김종인은 “박근혜·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솔직히 국민에게 미안한 마음이다”라고 반성했다. 정말 그가 철저히 반성하고 있는 걸까? 그는 올해 1월 “지금이 제3의 정치세력 출현에 있어 최적기”라며 마치 중도정당에 뛰어들 것처럼 말했다. “지금은 실용적 마인드를 가진 젊고 유능한 새 정치 그룹이 나와 대한민국의 해묵은 난제를 풀어나가야 할 때,” “한국당이나 민주당이나 지향하는 바가 무슨 차이가 있나?” “황교안 대표는… 식견이 별로 없어 보인다. 정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시대정신을 못 읽는 거다.” 조금 전까지 이렇게 이야기했던 사람이 이제 황교안을 위해 뛴다고 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그가 진심으로 반성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정당, 저 정당, 전두환, 노태우,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황교안으로 다니면서, 이쪽에 가서는 이쪽에, 저쪽으로 가서는 저쪽에 유리한 발언을 해주면서, 자신이 마치 경제를 살리고 대통령을 만드는 것처럼 말했다. 자신이 주도하게 해주면 어느 정당이든 가겠다는 뜻이다.

 김종인은 전두환 정권 하에서 경제민주화 이념을 헌법에 포함하도록 만들었지만, 그는 누진세, 복지확대, 금융실명제, 토지공개념을 반대했다. 즉, 전면적인 경제민주화가 아니라 보수집권의 사회안정을 위해 대중의 지지를 얻는 정도까지만 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김종인은 마치 자신이 새로운 경제민주화로 한국 경제를 반석에 올려놓을 것처럼 말할 것이다. 문재인이 계속하면 민주주의와 경제를 더 엉망으로 만들텐데, 자신이 이를 되살릴 거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경제민주화는 국민을 위한 국민이 경제의 주인이 되게 만든다는 뜻이 아니다. 재벌개혁과 기업활성화에서 그칠 것이다. 그래서 그는 독재자인 국보위나 전두환이나, 보수적인 노태우, 박근혜, 황교안을 위해 봉사하는 데 별다른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의 경제민주화는 보수를 위한 정치적 전략으로 그칠 것이다. 그가 정말 경제민주화를 원한다면 진보정당으로 가야 그 진정성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정덕 <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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