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73> 조화로움, 차(茶)의 길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73> 조화로움, 차(茶)의 길
  • 이창숙
  • 승인 2020.03.2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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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야생차밭
봄날의 야생차밭

 어김없이 찾아오는 절기, 올해도 4월은 오고 겨울을 잘 버틴 차나무를 만날 준비를 해야하나 세상살이 소식은 여전히 다른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는 전염병(傳染病)으로 세계가 시끌시끌하고, 때마침 위정자(爲政者)들의 공허한 약속까지 보태니 조금은 불편한 시간이다. 이참에 무엇이 참 세상살이 맛인지 잠시 자연이 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매년 차철이 되면 차인들의 마음은 분주하다. 차를 만드는 것부터 차 문화제까지 다양한 행사들이 이 시기에 몰려있다. 하지만 올해는 각종 문화 행사들이 취소될 것 같다. 그해 차를 만드는 일은 한해의 차 농사이다. 전통 제다 방식이든 기계 작업이든, 올해는 날씨가 따뜻한 관계로 작년보다는 좀 일찍 차 만들기가 시작될 듯하다. 차나무는 산속 인적이 드문 청정지역에서 자라기 때문에 남쪽 차 생산지는 올해도 분주할 것이다.

 전통 제다(製茶)방식에 대해 논하는 글은 많은 문헌에서 볼 수 있다. 찻잎을 따는 시기가 그 첫 번째일 것이다. 한국의 다성(茶聖) 초의(草衣)는 「동다송」에서 차를 만들고 마시는 것에 대해 무엇이 중요한지 강조하였다.

 

  “찻잎을 딸 때는 오묘함을 다해야 하고, 차를 만들 때는 정밀함이 지극해야 한다. 물은 진수를 얻어야 하고 차를 우리는 것은 중도를 지켜야만 차와 물이 서로 어우러져 건령(健靈)이 드러난다. 여기에 이르러야 온전한 다도라 하네”

 

 찻잎을 딸 때 오묘함이란 그 시기에 있어, 너무 이르면 참된 향이 피지 않고 늦으면 차의 맛이 흩어지니,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기에 있어 지역마다 다르니 꼭 곡우니 입하니 하기보다는 우리의 기후 변화에 맞게 채취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강수량과 기온에 따라 차나무를 살피고 차를 만들 때의 정밀함은 차의 맛과 향기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그 해의 기후 변화에도 융통성을 갖어야 한다. 찻잎을 채취할 때 날씨는 맑아야 하고 이른 아침에 촉촉이 이슬을 머금은 찻잎을 따는 것이 가장 좋으며 한낮에 채취하는 것은 그 다음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채취한 찻잎은 아낙네들의 손길에 의해 다시 선별된다. 채취한 찻잎에서 이물질이 제거되고 크기가 선별되면 잘 선별된 찻잎은 뜨거운 솥에서 덖는다. 제다 방식은 제다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솥에서 덖음방식을 하거나 증제를 한다. 차는 마시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니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선택될 것이다.

 초의가 말하기를 차는 물이 좋아야 하며 차와 물이 조화를 이뤄야 차의 맛을 즐길 수 있다고 하였다. 「동다송」의 「품천(品泉)」에서

 

 “차(茶)는 물의 신(神)이요, 물(水)은 차의 체(體)라. 좋은 물이 아니면 그 신묘함이 드러나지 않고, 좋은 차가 아니면 그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없다”고 강조하였다.

 

 차와 물이 하나가 될 때 차의 본래의 맛이 드러난다는 것으로 이 모든 것이 갖춰질 때 ‘다도’라고 까지 표현하였다. 자연을 살피고 그 정밀함을 다하고 물을 다루어 차의 본성을 드러낸다면 그것이 다도이다. 승려였던 초의에게 차를 만들고 마시는 것은 수행이었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의 조화로움은 사람의 손에 달렸으니 이것을 다루는 사람을 차인이라 한다. 그렇다고 모두를 차인이라 말하지는 않는다. 주로 차를 만드는 사람과 차로서 예를 행하는 사람, 차와 관련되어 마음공부를 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우리는 가끔 무엇엔가 열중하다 보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오랫동안 ‘사회적인 나’에 만 급급했다면 차 한잔 마시며 햇차를 기다리면 어떨까 싶다.

 / 글 =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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