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 요양병원서 흉기 난동, 사망자 2시간 뒤에야 발견한 경찰과 병원
전주 한 요양병원서 흉기 난동, 사망자 2시간 뒤에야 발견한 경찰과 병원
  • 김기주 기자
  • 승인 2020.03.29 12: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술에 취한 60대 입원 환자가 다른 환자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숨진 40대 환자는 병실에 방치된 채 사건 발생 2시간 만에 발견된 사실이 드러나 경찰과 병원의 초동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골든타임을 놓쳐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한 게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29일 전북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새벽 2시께 전주 한 요양병원 간호사로부터 “술에 취한 환자가 흉기를 들고 행패를 부린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62)씨는 병실에 몰래 반입한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던 중 병실 밖에 있던 B(67)씨가 “시끄럽다”고 호통을 치자 이에 화가나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옆구리를 찔린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건 목격자인 간호사는 조사를 위해 경찰과 함께 경찰서로 동행했다.

 경찰은 부상자 이송 등 주변을 정리한 뒤 이내 현장을 떠났다.

 그런데 사건발생 2시간 뒤 경찰에 또 하나의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새벽 4시께 같은 요양병원으로부터 “병실에 흉기에 찔린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또다시 출동한 경찰은 앞서 B씨가 발견된 맞은편 병실에서 흉기에 찔린 C(45)씨를 발견했다.

 급소에 워낙 큰 상처를 입었던 탓에 발견 당시 C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2시간 전 A씨는 B씨를 흉기로 찌른 이후 맞은 편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가 홀로 누워 있던 C씨의 목을 여러 차례 찔렀던 것이다. 당시 간호사가 신고하러 1층으로 내려가는 바람에 이를 목격한 이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그제야 시신을 수습해 A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C씨를 신속하게 발견하지 못한 점에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초동 조치가 부실했던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새벽 시간대에 사건이 발생해 당시 병실 문이 모두 닫힌 상태였고, 복도에 혈흔이 없어 추가 범행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C씨를 살해 후 병실의 문을 닫아 놓았고, 추가 범행에 대한 목격자도 없어 C씨가 뒤늦게 발견된 것 같다”며 “병실 안에 추가 피해자가 있는 줄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환자 관리가 허술했다는 문제에 대해 해당 병원은 말을 아꼈다.

 병원 관계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부분은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A씨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동시에 환자 관리를 소홀히 한 의료진에 대해서도 관련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김기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