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은 코로나19 지원금...소상공인 여전히 도움받기 힘들어
문턱 높은 코로나19 지원금...소상공인 여전히 도움받기 힘들어
  • 고영승 기자
  • 승인 2020.03.2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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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공·은행-신보, 돌고 도는 쳇바퀴 속 지쳐가는 지역 소상공인들
정부, 중소·중견기업 경영자금 추가 지원...지역 신용보증재단 보증부대출 수요 몰려 과부하

 
 #전주 고사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하루하루가 ‘총성 없는 전쟁’이나 다름없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식당이 두달 만에 존폐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 신용보증재단을 찾아가 정책자금 지원을 문의했으나 거절당했다. 기존에 받은 대출이 문제가 된 것. 그는 “답답한 심정이다. 당장 급한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번 금융 지원 대책이 하루가 급한 사람들에게 ‘그림의 떡’이 돼선 안 된다. 결국 지원의 속도가 문제다.”(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1월20일)가 나온지 두 달이 지났다. 정부가 지난 19일과 24일 1·2차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대적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도움받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저금리에 자금을 공급받으려는 소상공인들은 넘쳐나지만 기존 대출이 있거나 신용등급이 낮으면 지원금 문턱을 넘기 힘든 상황이다. ‘돈’의 온기가 소상공인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코로나19 지원 대책에 대해 “전혀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특히 신용보증재단의 코로나19 특례보증 없이도 대출이 가능한 일부 소상공인들이 유리한 조건을 노리고 보증을 미리 받아놓는 가수요까지 생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보의 특례보증은 업력 1년 이상, 신용등급 6등급 이상 소상공인에 대해 1인당 7000만원 이내로 100%를 전액 보증하는 상품으로, 보증료도 0.8%로 다른 보증보다 낮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중·저신용 소상공인에 대한 긴급 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 접수가 지난 25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새벽부터 소상공인진흥공단 전주센터에는 긴급 대출을 받으려는 소상공인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지난 25~26일 이틀에 걸쳐 소진공 전주센터에 접수된 직접대출 및 기존 보증부 대출 건수는 약 4~500여건이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범 운영되고 있는 소상공인 직접대출은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산하 전국 62개 소진공 지역센터에서 1000만원을 보증서 없이 신속 대출해주는 제도다. 지원 대상은 신용등급이 4등급 이하인 저신용 소상공인 가운데 연체와 세금 미납이 없는 경우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직접대출 시행 첫날 페이스북을 통해 “소상공인센터가 지금껏 해보지 않은 직접 대출을 해보는 것”이라면서 “제도가 정착하는데 다소 시일이 걸릴 수 있다”며 이해를 구했다. 이어 “아마 현장에서는 처음 실시되는 것이라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며 “조금 여유가 있는 분들은 어려운 분들을 위해 조금 기다려주는 미덕도 필요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소상공인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창구를 분산하는 정부의 소상공인 자금지원 시행 방안을 보면 신용등급 1~3등급은 시중은행에서, 4~6등급은 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이와 별개로 4등급 이하는 소진공에서 직접 대출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 금융 지원에 핵심 역할을 하는 전북신용보증재단(이하 전북신보)도 바쁘긴 마찬가지다. 정부의 지원 확대에 따라 지역신보가 해야 할 보증 업무가 폭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지역신보의 핵심 업무인 보증 심사를 은행에 위탁하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보증이 부실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가 신속한 자금 집행을 위해 은행으로 대출 창구를 분산하고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을 시행하고 있지만, 1000만원 이상 대출을 원하는 소상공인들에겐 지역신보의 보증서가 여전히 필요하다. 은행이 담보가 없거나 신용도가 낮은 소상공인에게 대출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지역신보의 보증서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중기부는 지난 13일부터 보증 신청·접수를 은행에 위탁하고, 3000만원 이하 소액보증은 연체만 없으면 현장실사 없이 공급하는 개선 방안을 마련·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소액보증 신속심사팀을 신설하는 등 인력 대부분을 보증업무에 배치하고, 은행 인력을 지역신보로 파견했다. 이로 인해 조만간 보증심사 쏠림으로 인한 병목 현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북신보는 현재 보증 상담 및 심사에 ‘올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기준 전북신보에 접수된 보증 신청 7755건 중 4880건의 대출 지원금이 지급돼 보증 실행률이 약 63%로 올라간 상태다. 총 보증 상담 건수는 1만3729건에 달한다.

 전북신보는 코로나19 여파로 피해를 입은 소기업·소상공인 지원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충원을 비롯해 소액 신속심사·위탁보증 등 다양한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아울러 현장 혼선을 최소화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불편함 없이 필요한 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중기부는 지역신보의 보증심사 업무를 은행에 위탁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지만, 관련 기관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전북신보 관계자는 “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중기부 산하기관이지만 지역신보는 해당 지자체가 관리·감독하고 있어 지자체와의 협의가 우선”이라며 “지역신보의 핵심 업무인 보증심사를 은행에 위탁하면 보증이 부실화할 수 있어 보증 책임은 전적으로 지역신보가 맡아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영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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