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은 멈춰서는 것이 아니다.
기다림은 멈춰서는 것이 아니다.
  • 박성욱
  • 승인 2020.03.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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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은 멈춰서는 것이 아니다.

2020년 3월

코로나19가 세상에 퍼졌다. 평범한 우리들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반가운 사람 만나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고 손을 맞잡았었다. 하지만 요즘은 마스크를 쓰고 간단한 인사를 하고 악수는 생략한다. 가끔씩 엄지, 검지로 작은 하트를 만들어 날려주기도 한다. 엘리베이터 풍경도 달라졌다. 서로 등지고 서 있는 경우가 많다. 공원 한 바퀴를 걷더라도 앞 사람과 간격을 두고 걸어간다. 외출자제, 다중이용시설금지 등 일상이 많이 달라졌다. 공기, 사람, 공원, 도서관, 시장, 마트 등 너무 가까이 있어서 너무 편해서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것들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새겨 보는 시간들이다.

 

꽃들의 기다림

3월 2일 아이들이 학교에 나올 때 제일 먼저 반겨주는 꽃이 노란 복수초다. 복수초 꽃잎이 떨어질 때 쯤 노란 수선화가 피어난다. 그 다음에는 할미꽃……. 그런데 올해 화단에 꽃들은 혼자 피고 혼자 진다. 화단 샛길을 걸으며 “예쁘다!” 말해주는 아이들이 없다. 3월 9일, 3월 23일, 4월 6일. 개학이 늦어지고 있다. 설렘이 가득했던 3월 개학날 풍경이 사라졌다. 학교 뒤쪽 작은 산에 쑥이 올라오고 진달래가 필 때 마다 쑥 캐고 진달래 꽃 따다가 화전 만들어 먹었는데 올해는 그대로 흘러 보내야 할 것 같다.

 

기다림은 멈춰서는 것이 아니다

잠잠해질 것 같았던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고 있다. 개학도 연기되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나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기다림은 멈춰서는 것이 아니다. 만날 시간을 준비하는 것이다. 문득 황지우님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 시가 생각난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는 선생님들이나 집에서 학교 나갈 날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모두 이 시에 나오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이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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