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 ‘코로나 19’ 지나가리라
[독자수필] ‘코로나 19’ 지나가리라
  • 이우철
  • 승인 2020.03.26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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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달래가 곱게 피는 따뜻한 봄, 지인의 아들 결혼식에 참석했다. 예로부터 애경사를 챙겨주는 일은 상호부조의 미풍양속이었다. 구름한점 없는 청명한 하늘은 이날을 축복이나 하듯 맑고 화사했다. 4개월전 폐암으로 남편을 떠나보낸 집사님이기에 가슴 아린 상처를 싸매줄 수 있는 기회였다. 기분좋은 행사에 왠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북적일까.

 최근 역병 ‘코로나19’가 번지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촉발된 코로나19는 중국 8만여명, 우리나라도 9천여명의 확진자가 넘어서고 있다. 이탈리아 스페인 미국은 물론 유럽권에서도 급속도로 번지고 있으니 앞으로 얼마나 더 확산될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고단계인 범유행병(pandemic)을 선언했다. 국가 간에도 서로 출입국을 금지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으니 세계경제는 멈추어 서고 증시도 폭락하고 있다.

 어디 이런 일이 있을까, 금세기 들어 가끔 전염병이 있었지만 이처럼 크게 번지는 일은 처음이다. 사스(2003년) 신종풀루(2009년) 메르스(2015년)는 6년 간격으로 일어났지만 코로나19(2019)는 5년만에 찾아왔다. 전염의 속도도 빨라져 침이나 입김으로도 감염이 된다니 마스크를 쓰고 참석하는 일도 이상한 풍경이 아니다. 치사율도 점점 강해지고 있어 중국이나 이테리 경우는 확진자의 9%에 육박하고 있으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성경에는 ‘곳곳에 지진과 기근과 전염병이 있겠고 또 무서운 일과 하늘로부터 큰 징조들이 있으리라’(눅21:11)‘ 예고하고 있다. 교통수단이 좋아지고 과학문명이 발달하면 할수록 살기는 좋아지는 줄로만 알았다. 다소 생활은 편리해지고 문명의 혜택은 누릴 수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개발해낸 과학문명의 화살이 우리를 겨냥할줄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다. 이뿐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가뭄 홍수 태풍 폭염 화재 등 각종의 재난은 또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어느 결혼식엔 가족 몇 사람이 모여 조촐하게 행사를 치루기도 했다. 코로나로 돌아가신 부모님을 화장장에 모셔놓고 손도 대지 못하며 멀그러미 눈물을 흘려야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역병으로 사람들의 접촉을 꺼리는 사회가 되고 있으니 어쩔수 없는 일이다. 결혼식장에 가자고 권유할 수 없는 일이다. 예약문화가 일상화된 요즘 오래전에 예약을 하며 거금의 비용을 지불했으니 해약할 수가 없고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때가 때인지라, 학교, 도서관, 복지관, 종교시설 등 모든 집합장소의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10명이상 모이는 곳이라면 단체로 규정하며 국민들이 나서 단속하고 있다. 행사장에 갔다가 병이라도 얻어온다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인정에 끌려 애경사에 갔다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누구를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미풍양속을 지키며 인정을 주고받던 사회는 옛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으니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사회전반에 많은 변화가 짐작된다. 전쟁을 거치고 나면 사회구조에 변화가 오듯이 이번 역병 쓰나미가 지나가면 달라지는 게 많을 것이다. 사람들의 이동과 접촉을 피하게 되니 교통은 줄어들고, 통신은 더욱 활발해 질 것이다. 기술의 발전도 이런 방향으로 바뀌어 인터넷을 통한 물품구매는 물론 직장의 재택근무나 화상회의가 늘어날 것이다.

 잘 아는 사람끼리 악수도 마음놓고 하지 못하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자연앞에서 인간이 무기력한 존재임을 느낀다. 결혼예식의 분위기는 음침해졌고 상호부조의 정신은 희미해져갔다. 이 모습이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총칼앞에서도 결연히 믿음을 지키던 옛 부조들의 신앙을 고집할 수도 없었으니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도 한달이상 가정예배로 가름했다.

 솔로몬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했다. 얼마 후면 흔적없이 사라질 테지만, 뼈속 깊이 드리워진 ‘코로나19’ 기억은 오래오래 남을 것이며 문명의 변화는 가속될 것이다. 하늘 높은줄 모르고 빌딩을 세우며 부를 자랑하는 종교계의 변화도 남의 일이 아니다. 정신을 차리고 하늘을 바라보자.

 

 글 = 이우철 수필가(신아문예대학 수필창작 수요반)

 

 ◆이우철 : 전북 순창 출생, 전북도(도로사업소)에서 과장으로 퇴직. 대한문학(2014)수필부문에 등단해 전북문인협회, 전북수필(부회장), 대한문학(이사), 행촌수필, 순창문학 등에서 활동. 수필집 『나이 드는 즐거움』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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