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우울증에 대해 알아보자
노인 우울증에 대해 알아보자
  • 김기주 기자
  • 승인 2020.03.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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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은 아이부터 노인층까지 마음의 건강을 해치는 대표적인 정신질환으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울증이 2030년이면 전 인류에게 가장 부담을 주는 질병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특히 노인층에서 발생하는 우울증은 ‘나이 먹고 우울해지는거 당연한거지’라고 생각해서 치료가 늦어지거나, 치매로 오인해 우울증이 더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전북도민일보는 전북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종일 교수와 함께 Q&A 형식으로 ‘노인 우울증’ 대해 알아본다.

 

 Q 노인 우울증이란 어떤 질환인가요?

 A 질환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가장 핵심적인 증상은 우울한 기분과 흥미나 의욕이 저하됩니다. 기분이 가라앉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불안하다거나 잠을 잘 못 이룬다는 부분들이 우울증의 증상들입니다.

 

 Q 보통 사람들에서도 우울하거나 무언가 하기 귀찮은 경우들을 경험하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A 정상적인 우울감과 병적인 우울증의 상태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요. 사실 ‘우울하다’라는 것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정상적인 심리적 반응 중의 하나입니다. 정상적인 경험하는 우울감의 경우에는 심하지 않기 때문에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가져올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평소 즐기시던 활동이나 모임과 같은 것들에서 변화를 경험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병적인 우울증의 특징은 우울한 기분이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면서, 상당기간, 2주 정도 이상, 지속되고, 흥미나 즐거움의 현저한 감소를 나타냅니다. 그 외에도 잠을 잘 못 이루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기억력이나 집중력의 저하 등의 증상들을 함께 가지게 됩니다. 또한, 모든 일들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느끼는 심한 죄책감,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과 자살시도 같은 증상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Q 노인에서의 우울증이 성인이나 다른 연령대와 다른 특징이 있는 건가요?

 A 노인 우울증이라고 별도로 지칭하는 이유는 우울증이라는 질환이 연령대별로 표현하는 증상들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르신들께서 처음에 상담을 시작할 때는 잠이 안 온다거나 이유 없이 불안하다고 하시지만 상담을 이어가다 보면 예전과 다르게 ‘요샌 뭘 해도 재미가 없고, 사는 게 허무한 것 같다’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십니다. 어르신들은 아무래도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서 감추려는 경향들이 있으시다보니 ‘기분이 우울하다’는 직접적인 표현들을 하시기보다는 ‘그냥 잠이 안 와서 왔어’라고 하시거나, ‘온몸이 여기저기 불편해’라는 이야기를 먼저 하십니다. 그러다가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상담을 해보면 신체적인 불편감 외에도 우울증의 여러 증상이 함께 있으면서 노인 우울증으로 진단을 받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어느 부위를 특정하기 어려운 모호한 신체증상을 주로 나타내는 우울증을 가면성 우울증(masked depression)이라고도 합니다. 가면을 쓰고 있는 것처럼 우울한 기분이나 심리상태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 주가 되지 않고, 각종 신체증상을 호소하는 형태를 의미하는데, 이런 특징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노인에서 주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Q 우울증과 치매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요?

 A 노인 우울증의 경우 우울하거나 슬프고 그런 것들로 시작됩니다. 우울증의 여러 증상들과 함께 기억력 저하가 동반되는 것입니다. 치매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아무래도 그 중 70% 정도로 가장 많은 분들이 앓고 계시는 알츠하이머형 치매와 비교를 해보면,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경우 서서히 점진적으로, 그러니까 6개월이나 1년 이상 점진적으로, 최근 사건들에 대한 기억력이 저하됩니다. 이에 비해 노인 우울증은 대게 어떤 특정 시점 이후로 급격하게 기분의 저하와 기억력의 변화가 나타나게 됩니다.

 신경인지검사, 치매의 인지기능 평가를 위한 검사를 실시하면 초기 치매의 어르신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검사를 잘 받기 위해서 노력하시고, 모르시는 경우에는 지어서라도 대답을 하시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반면에 우울증 환자들은 기억력 저하에 대한 호소가 많고 걱정을 하시지만, 검사 시에는 ‘몰라’라고 대답하고 , 그날 그날의 기분에 따라 신경인지검사의 결과가 변동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Q 노인 우울증은 어떤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게 되나요?

 A 노인 우울증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게 됩니다. 생물·심리·사회적 원인, 즉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원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생물학적 원인으로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 등 인간의 행복감, 의욕, 활력 등과 관련된 대뇌 신경전달물질들이 부족해지면서 우울증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심리사회적 원인으로는 퇴직, 상실, 경제적 어려움 등 스트레스가 되는 여러 생활사건, 대인관계 문제와 성격적 요인 등이 있습니다.

 

 Q 정신건강의학과에 가게 되면, 어떤 과정을 통해 우울증을 진단하게 되나요?

 A 정신건강의학과의 경우 다른 과들에 비해서 환자 한분 한분을 진료하는 시간이 긴 편입니다. 아무래도 자세한 병력청취가 제일 중요하고, 병력청취를 통해서 주요 정신병리나 스트레스 요인들을 파악, 어떤 질환에 해당하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종합적인 심리검사나 인지검사를 실시하기도 하고, 환자들이 직접 우울, 불안 등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는 자가보고형 척도들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Q 정신과 약에 대해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던데, 혹시 정신과 약을 오래 먹으면 치매가 빨리 오나요?

 A 우울증을 적절히 치료받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 뇌 세포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고, 기억력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까지 망가뜨리게 됩니다. 정신과 약이 치매를 일으킨다기보다는, 우울증 자체로 치매의 위험을 3배에서 5배까지 증가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울증 치료제인 항우울제들은 우울증 상들의 회복을 도울 뿐 아니라 우리 뇌의 세포들을 보호하는 효과들도 있습니다.

 

 Q 어르신들이 일상에서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A 기본적으로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에 즐기셨던 취미생활을 다시 시작하시거나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시면 즐거운 마음들도 생깁니다. 주변 사람들과의 정기적인 모임들을 가지시거나 종교 활동을 하시면 좋겠고, 복지관, 노인대학, 노인정 등 여러 시설을 이용하시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노인 우울증과 관련해서 당부 말씀.

 A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고령사회로 진입하다 노인 우울증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노인 우울증이라는 병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생각하시거나 내가 약해서 그런거야 라고 생각하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노인 우울증은 분명히 치료할 수 있는 병입니다. 노인 우울증이 의심되는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오는 것을 주저하지 마시고, 편하게 방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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