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의 기로(岐路)
문화예술계의 기로(岐路)
  • 안도
  • 승인 2020.03.2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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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로(岐路)는 갈림이라는 뜻의 ‘기(岐)’와 길이라는 뜻의 ‘로(路)’가 합쳐진 단어다. 그리고 “인생의 기로에 섰다” 또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처럼 우리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늘 이런 갈림길에 접어든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하다 한 번 발을 들여놓은 길은 멈추어 돌아가기가 버겁다. 또한 되돌아간다 한들 별 뾰족한 방법도 없다. 때문에 처음부터 가야할 길을 잘 판단해야 좋은 길, 내가 가야 하는 길로 들어서야 한다.

  ‘길’은 내가 죽을 때까지 이르러야할 ‘목적’ 또는 ‘의도’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 ‘길’은 그것을 찾기 위한 ‘방도’이자, ‘방법’이다. 따라서 방도나 방법을 제대로 모색하지 못하면 우리는 추구하는 목적에 도달할 수 없다. 그런데 항간에서는 지금 우리지방 문화예술계가 기로(岐路)에 서있다고들 한다.

  김구선생은 일찍이 <백범일지>에서 “오직 우리가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고 했다. 인류학자 ‘아담스(Adams)도 진정한 선진국은 강력한 군사나, 경제대국이 아니라 ‘문화대국’이라고 했다. 이러한 문화 융성을 위해서 우리나라 국정목표 두 번째는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국가’이고, 도정지표 두 번째도 ‘창의롭고 멋스런 문화’다. 그러나 이렇게 문화융성을 내걸어놓고 있지만 막상 우선순위에서는 언제나 뒤로 밀려왔다.

  그런데 이런 시점에서 요즈음 문화의 축을 구축하고 있는 우리고장 예술인들의 행태를 보자. 이들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예술인들은 예술을 자신의 명예 일환으로 생각하고 치열한 선거전에 뛰어 든다. 그리고 당선되면 재임 기간 내내 자신의 선거에 공여한 사람들 위주로 수혜를 주는 등 선거 후유증을 앓고 있는 단체가 몇몇 있다.

  또한 모 단체는 임기를 1년 남겨놓고 일말의 책임감도 없이 갑자기 회장직 사퇴를 하여 대행체제로 운영되었다. 그런가 하면 문화예술의 본말을 떠나 젯밥에 눈이 어두워 송사(訟事)에 연류된 사례도 있다. 그러니 사회일각에서 문화예술계가 기로(岐路)에 서 있다 할 수 밖에.

  금년 초 전북예술단체의 총수를 뽑는 선거도 보자. 여기에서도 금품수수를 자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데 그 당사자는 도덕성을 주장하며 단일화에도 응하지 않더니 금품수수는 도덕의 예외조항인가 묻고 싶다. 정책이 아무리 훌륭해도 구성원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허사다. 이제 우리 예술인들도 사욕(私慾)에서 벗어나 진정한 예술인의 길을 걸으면서 지방문화 창달에 적극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필자는 또한 이 시점에서 지역사회가 문화 예술적으로 활성화된 사회, 상상력과 창의성이 꽃피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문화예술영역에서 창작자와 수용자 및 정부가 삼위일체가 되어 거버넌스 체제를 강조하고 싶다. 그것은 곧 ‘모두가 함께 만들고 누리는’ 지역 문화예술을 만들어가는 것이 될 것이다. 거버넌스(governance)란 지역사회 내 다양한 기관과 자율성을 지닌 다양한 행위자가 통치에 참여, 협력하는 ‘협치(協治)’를 말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 일부는 문화예술영역을 사회 차원에서 유기적인 통일체로 이해하지 못하고 별개의 독립영역의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예를 흔히 볼 수 있다. 지방정부도 정치·경제·사회복지와 문화예술을 별개로 간주하여 하위개념으로 위치 짓거나,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특혜로 간주하기도 한다. 문화예술인들 역시 그들의 창작 활동을 선민적 의식으로 접근하거나 대중과 담을 쌓은 채 독야청청 지고지순한 자기만의 세계를 꿈꾸는 경우도 있다.

  이제 시대를 바꾸는 힘은 문화예술이란 믿음을 가져야 한다. 문화예술은 사회 전체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생명체란 인식을 가져야 한다. 문화가 삶의 결이고 예술이 그 표현이라 하였을 때, 문화예술은 인체의 피부와도 같은 것이다. 피부가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듯이, 문화예술은 개인의 삶은 물론 지역사회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이 문화예술과 연기되어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안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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