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서 비녀 꽂은 여인을 보셨나요?
섬진강에서 비녀 꽂은 여인을 보셨나요?
  • 임보경
  • 승인 2020.03.2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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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창군 채계산’판소리의 고장 전북의 축제가 전주에서 해마다 열린다. 각양각색의 음색들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듯 전북을 에워싼 산지들도 인간이 만든 조형물에 어울림을 이뤄본다. 정확한 계량을 하지않아도 늘 같은 맛을 낼 수 있을만큼의 경험이 만들어낸 명품 고추장의 순창군에서 자연이 만들어낸 장관에 감탄해서 창을 읊는 한 여인이 있다기에 길을 나서 본다.

 대한민국 곳곳이 산 좋고 물 좋은 곳이 어디엔들 없겠는가? 동서남북으로 남원 고창 담양 그리고 정읍으로 둘러싸인 순창군은 노령산맥 동쪽 산간지대에 소백산맥과 노령산맥의 지맥이 뻗어서 산지가 높고 평야가 적은 편이다. 중앙부에는 섬진강이 흐르며 남부에는 비옥한 순창분지가 형성되어 화강암과 규암 등의 퇴적암류로 이루어져 있다.

 지질학적인 영향인지 마을 입구에는 수호신의 상징인 선돌, 당산나무, 솟대, 남근석등이 섬김을 받고 있었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던 강천산군립공원, 섬진강 상류인 적성강의 맑은 물이 흘러 이 지역 사람의 문화를 온순하고 맑게 하였으며 특산물을 빛나게 하였다.

 또한 맑은 물소리가 졸졸졸 흐르던 진안군 팔공산 자락에서 시작된 데미샘에서 산신이 주신 신비의 물맛을 이곳에선 아름다운 경관을 보는 맛으로 승화되었음을 보게 되니 신기하고 기쁨의 웃음이 자연스레 나왔다.

 강진에서 옛길을 따라 동계로 가는 구길가의 가로수는 봄의 상징인 노오란 산수유가 가로수로 피어 있다. 가곡마을 입구에는 “이장과 군수”의 영화촬영지임을 알리는 배우 차승원과 유해진이 반갑게 미소지었다. 강을 따라 돌아서니 천담쉼터의 캠핑장이 편안함의 안식처를 연상케 하였으며 좀 더 가보니 세심휴양림의 박사들이 많이 나온다는 박사골 이정표가 눈길을 유혹시켰다. 유혹을 뿌리치고 달려보니 낮은 능선자락에 비스듬히 즐비한 매화나무의 봄 향연을 그림처럼 담을 수가 있었다. 이 또한 인간과 자연의 어울림이라 말할 수가 있었다. 매화의 향연을 뒤로하자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은 장수 임실방향이고 오른쪽은 순창 적성면 방향이었다. 급한 마음에 순창군의 대표적인 채계산의 출렁다리의 형상을 먼저 보았다. 도로 위에서 올려다본 출렁다리는 파아란 창공에 외줄 하나 걸려있는 모습이 은하철도999의 레일처럼 아슬아슬해 보였다.

 그렇다면 이제 이곳에서 비녀를 꽂고서 창을 하는 여인을 만나보러 가야 할 듯하다.

 먼저 적성면 괴정리에 있는 무량사에 들러 절 구경을 해보았다. 작은 규모의 사찰이지만 곧 봄 손님을 맞이할 준비에 출입구 정비를 하느라 진돗개는 캉캉 짖어댔다. 손인사를 마치고 좌측에 있는 계단을 올라보니 흰백발의 노인이 내려다보는 것이다. 이 지역에 풍년과 흉년 그리고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좋은 일과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마다 바위의 색깔이 바뀐다는 전설을 가진 화산 옹바위가 오늘은 하얀색의 당당함으로 보여지고 있었다.

 산은 오를수록 신비롭다. 이 봉우리를 넘으면 도착지점이겠지라는 생각을 산에 올라본 이들은 공감할 것이다. 통나무 계단을 따라 오르는 길 발 뒷목이 묵직하니 몹시 불편하다. 통나무 계단은 흙의 면적과 거리가 너무 좁아 계단에 발을 올리면서 통나무에 발뒤꿈치를 걸쳐야 했기에 추천하고 싶은 계단은 아닌 것 같다. 그 불편함도 어느덧 “당재”에 올라섰다. 이정표는 오른쪽의 “금돼지굴봉”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10여분 오르다보니 그냥 지나쳤으면 후회할 빤한 경관이었다. 명당의 장소인만큼 봉우리 정상에는 “허씨의 묘”가 자리잡아 있었다. 탄성의 소리는 무덤의 주인도 등산객도 춤추게 하였다. 금돼지굴은 어디에 있을까?에 새로 부임한 원님의 부인이 사라진다는 전설이 홀림을 당하게 하였다.

 하산하여 당재 왼쪽의 산을 향해 엉금엉금 기어올랐다. 경사가 급하게 되어있음이 이 산의 특징인 듯하다.

 300여m를 올라보니 고향에 온듯한 급경사와 절벽의 다른 이면이 풍기고 있었다. 우뚝 솟은 송대봉은 대나무와 조리대가 봉우리를 포근하게 감싸는 것이다. 험난한 이곳에 누가 대나무를 심어 놓았을까? 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편안함을 주는 곳이었다. 그리고 봉우리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래의 풍경은 경악할 만큼 아름다웠다. 다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오다가 또다시 오른 오르막길엔 칼바위가 날렵하게 서있는 것이다.

 몸을 바짝 긴장하며 칼바위의 경관을 철계단과 철다리를 건너면서 가슴을 콩닥콩닥 아찔하고 조심스럽게 하였다. 충청북도 단양군에 스카이전망대에서 바라본 남한강의 전망이 최고라 여겼던 곳에 절대 밀리지 않을 만큼의 최고 경관이었다. 그 아래에는 섬진강을 돌아 펼쳐진 초록색의 양탄자 평야가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이다.

 가파른 산능선에 뾰족한 바위들만이 절리의 모습을 한 채 인간이 만든 철계단과 철다리는 찾는 이들에겐 최선의 배려로 느껴졌다. 이 많은 시설을 하기 위해 동참한 분들의 노고가 참 감사하게 여겨지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아름다움과 두려움의 다리를 지나고 보니 데크로 형성된 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발아래의 두려움이 보이지 않으니 걷는 이들에겐 또다른 편안함의 행복을 주었다.

 하늘은 파랗고 사람위에 오로지 하늘만 있을뿐 발아래 금강산 일천봉을 다 얻은듯한 바위들의 뽐냄과 섬진강이 빚어낸 자연의 공간 들판은 저절로 노래를 자아내게 하였다. 어디선가 구성진 창소리가 들려온 듯하였다. 달아래 비녀를 꽂은 여인이 누워 이 아름다움을 노래로 부르는 형상의 월하미인을 상징하게 하는 채계산이 바로 이곳이란다. 명창의 고장답게 자연이 빚어낸 모습 또한 그러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듯하다. 화산, 적성산, 책여산등의 다른 이름의 유래도 있지만 채계산 정상에서의 느낌은 월하미인이 어울렸다.

 20대의 풋풋함은 무지개처럼 연보랏빛 마음으로 길을 나서보고 30대에는 인생의 데이트를 좋아하는 사람과 행선지를 묻지않아도 선뜻 나설 수 있는 장소로 채계산을 추천해 보고 싶다.

 월하여인을 만나 한바탕 흥겹게 놀아보고나니 2020년 3월 말이면 개통될 출렁다리가 눈앞에 보인다. 우리나라 최대 최장 무주탑 현수교로 270m에 달한다 한다. 관계자분들의 검열하는 모습이 보인다. 현수교는 빨간 색깔이었다. 관광객과 등산객에겐 구경보다는 안전이 우선이라 본다. 전라북도에 있는 작은 군단위의 지역이라 생각하기엔 이제 너무나 큰 관광지를 탄생시킨 것 같다. 채계산 칼바위의 위풍당당함은 많은 사람들을 품을 것이다. 개통되기전까지 세심한 준비와 그 주변의 관광지에 맞는 시설들이 순창지역의 특색과 섬진강의 풍요로움을 잘 담아 표현되어지기를 부탁해 본다.

 임보경<역사문화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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