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또 연기되면 일 년 농사 끝장” 지역농가·급식업체 속앓이
“개학 또 연기되면 일 년 농사 끝장” 지역농가·급식업체 속앓이
  • 김혜지 기자
  • 승인 2020.03.19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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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농사를 짓는 김 씨가 개학 연기로 출하되지 못한 농산물을 가리키고 있다.

“이번 달 출하될 계획이었던 농산물도 안에서 썩고 있는데… 개학이 또 연기될까 걱정됩니다.”

19일 방문한 군산 급식지원센터 관계자들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센터에는 이미 학교에 출하됐어야 할 양파 25톤, 감자 11톤, 무 20톤 등의 농산물이 저장고에 그대로 쌓여 있었다.

이 중에서는 하나 둘 싹이 트기 시작한 양파들이 눈에 띄었다. 납품 시기를 놓쳐 썩어버린 다량의 깐마늘은 폐기처분을 위해 구석 한 곳에 따로 빼놓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개학 추가 연기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급식 공급업체 관계자들의 속은 깊게 타들어갔다.

군산급식지원센터의 경우 유·초·중·고 127곳에 농산물을 제공하고 있다. 전달 15일 이내 계약을 통해 주문이 들어와야 하지만 이번 달은 감감무소식이다.

센터 관계자는 “이번 달 계약을 아예 취소한 경우도 있었고, 다음 달로 미룬 학교도 있다”며 “품질이 가장 좋은 상태의 농산물이 학교에 제때 공급해야 하는데 보관이 길어질수록 상품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처치하는 게 더 문제”라고 토로했다.

도내 지역농가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학교 급식은 매년 생산되는 농산물의 고정적인 수입원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지역 농민들은 1년 농사가 완전히 무산될까 노심초사다.

오랜 보관으로 싹이 자란 양파

900평 규모의 친환경 원예채소 농사를 짓고 있는 김국태(50) 씨는 “청경채, 얼갈이, 근대, 아욱 등 모두 3월 초에 학교에 공급될 것들이었는데 저장하기도 마땅치 않아 갈아엎어야 할 상황”이라며 “다른 판로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다. 한 달 약 1천만원의 매출이 나오는데 이번 달은 수입이 제로다”고 울상을 지었다.

특히 급식업체에 공급되는 엽채류의 경우 지역농민들이 대규모 계약재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수작업으로 일일이 수확을 해야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일손이 필요하다. 판매가 안 되더라도 수입의 절반인 인건비는 고정적으로 지출될 수밖에 없다.

전북도에 따르면 5주 개학 연기로 인한 지역 농가 피해 규모는 40여 품목 290톤으로, 약 21억 손실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개학이 더 연기될 경우 피해규모가 불어나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도는 도내 지역농가와 급식업체를 위해 다음 달 초까지 네 차례에 걸쳐 지자체와 유관기관 등의 참여를 독려해 친환경 농산물 판매 촉진행사를 진행한다. 소비자들이 선택한 농산물을 꾸러미에 담아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지원책으로써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채상원 군산시학교급식지원센터장은 “기재부와 고용노동부에서 코로나19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농업과 관련된 정책은 찾기 힘들다”며 “농업은 한 번 문제가 생기면 3차 피해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세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학교 급식 등 계약재배 생산 농가를 위한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한 달간 손실액을 보전해줄 수 있는 지원 방안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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