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음대 50여 년 만에 폐과 “학생들은 무슨 죄”
원광대 음대 50여 년 만에 폐과 “학생들은 무슨 죄”
  • 김혜지 기자
  • 승인 2020.03.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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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한 투자보다 이익만 따진다면 더 이상 대학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큰 기대를 품고 대학생활을 꿈꿔온 원광대 강민재(20) 씨는 최근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고교 졸업 후 당당하게 2020학년도 원광대 음악과에 합격해 개강일만 기다리고 있던 중 학과가 폐지됐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강 씨는 “코로나19로 동기들 얼굴도 못보고, 수업도 들어보기도 전에 우리 학과가 없어진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렇게 입학하자마자 폐과 소식을 들을 줄 알았으면 지원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원광대는 지난 18일 교무위원회를 열고 음악과 폐과를 결정했다. 내년 3주기 대학평가를 앞두고 구조조정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음악과 교수들과 학생들은 이같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원광대 이은선 음악과 폐과 비상대책위원은 “교무위원회에서 음악과 폐과 결정안을 두고 기명 투표를 한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20대 17이라는 간발의 차로 폐과 결정이 난 것은 더욱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현재 원광대 음악과 학년별 정원은 20명으로 전체 재학생 수는 총 80명이다.

대학 측에서는 재학생들이 모두 졸업할 때까지 학과는 유지되며, 내년부터 신입생 선발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은 “저학년 남학생들 중에서는 군대도 다녀와야 하는데 제대하고 오면 혼자 학교를 다녀야 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며 “대학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음악과 교수들은 이번 폐과 결정으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원광대 관계자는 “5년간 학과 평가 결과를 근거로 판단한 것”이라며 “단 한 명의 학생이 남았다 할지라도 음악과 졸업생으로 무사히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원광대 음악과는 1971년 설립돼 내년 50주년을 앞두고 있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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