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랙홀과 재난기본소득
코로나 블랙홀과 재난기본소득
  • 최낙관
  • 승인 2020.03.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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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인 코로나19의 보이지 않는 망령은 이제 전세계로 퍼져 나가며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2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염을 의미하는 에피데믹(epidemic)을 넘어 전세계적 최고 위험단계인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는 결단을 내렸다. 코로나 블랙홀에 빠진 세계 경제는 패닉상태를 경험하며 활력을 잃고 있다. 국가 내 국지적 고립과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는 물론 국가 간 이동의 제한과 단절은 작금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우리 한국사회도 코로나19의 공습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일체의 집회가 거부되고 사실상 학교가 휴교를 하는 등 인위적 강제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물론 ‘사회적 거리두기’가 정부의 권유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확대되고 있지만, 일터에서 생업을 이어 나가야 하는 다양한 업계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일용직 근로자 등 소시민들의 삶은 이제 생존의 문제를 걱정할 만큼 피폐해지고 있다. 천만 관광객이 찾는 전주 한옥마을도 정적만이 남아있고 그 빈자리는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점포들의 무기력한 한숨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러한 재난 상황에서 개개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뭐가 있을까?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 각자가 섬처럼 고립된 상태에서 자신에게 닥친 위기를 피하기 위해 몸부림은 치는 것 외에 특별한 선택과 대안은 없어 보인다. 이 위기가 결코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고 그 위기로부터의 탈출이 시급하다는 데 동의한다면, 이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해야 하는 구원투수는 국가임이 틀림없다. 국가의 개입은 이런 경우 정당화될 수 있다.

 심각한 위기상황 속에서도 전주시가 쏘아 올린 희망의 메시지가 국민적 호응을 얻고 있다. 즉 전주시가 전국 최초로 주도하고 있는 코로나 위기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임대료 인하 운동과 재난기본소득지원이 바로 그것이다. 전주발 ‘착한 임대료 운동’은 전북권을 넘어 공공 및 민간분야를 막론하고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동반하며 전국적으로 그 영향력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주시가 채택하고 있는 재난기본소득지원은 코로나19 여파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못 하게 된 일용직 등 비정규직 노동자와 실직자 등 5만여명에게 1인당 52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긴급생활안정제도이다. 물론 3개월 이내에 사용해야 하는 한시적인 제도이지만, 최소한의 기본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당사자들에 대한 수혈로 꽉 막힌 골목상권과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고자 하는 선한 의지가 담겨 있다. 지금은 모름지기 전주형 재난기본소득지원이 전국적인 관심 속에서 긍정적 신호를 보내며 위기탈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재난기본소득지원을 총선을 앞둔 금품살포형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며 정쟁과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러한 방식의 지원이 궁극적으로 국민의 조세 부담과 연결되기 때문에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이 경제적 공황상태를 언급할 정도의 큰 파급력으로 위험수위에 근접했다면,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약자들 또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지켜낼 수 있는, 즉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따라서 이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위기개입과 지원은 결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민의 생명보호와 안전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더 없음을 인정한다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최선의 선택은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신뢰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최낙관<예원예술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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