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에서 쏘아올린 화구(火球), 봄철 대형화재 발생 경고의 신호탄
지구 반대편에서 쏘아올린 화구(火球), 봄철 대형화재 발생 경고의 신호탄
  • 홍영근
  • 승인 2020.03.16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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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혜의 자연환경과 풍부한 동식물 자원, 태풍이나 지진 같은 자연재해도 없어 ‘축복의 땅’으로 불려온 호주. 이러한 축복의 땅에 지난해 9월 산불이 발생했다.

  호주 산불은 33명의 사망자, 1,100만여 ha이상의 산림 소실, 6,500여개의 건물소실, 10억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희생되는 등 엄청난 상처를 남긴 채 지난 2월 13일 6개월 만에 진화되었다. 특히, 호주의 상징인 코알라는 주요서식지인 유칼리투스 숲의 80%가 소실되어 독자적 생존이 어려운 ‘기능적 멸종위기’에 이르게 되었다.

  푸르른 하늘을 한순간에 시뻘건 화염으로 뒤덮은 호주 산불은, 강원도 동해안 지역민들에게는, 어쩌면 낯설지 않은 장면일지도 모른다. 지난해 4월 강원도 동해안 지역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하였고, 건조한 날씨와 봄철 남고북저 형태의 기압배치에서 서풍기류가 형성될 때 자주 발생하는, 양간(강)지풍으로 인해 불길이 급격히 확대되어 소방차량 등의 접근마저 어렵게 만들었다. 이 산불로 인해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2,871.7ha가 소실됐다.

  강원 동해안은 푄현상으로 화풍(火風)으로 불리는 국지풍이 발생한다. 이미 1633년 이식의 수성지와 1751년 이중환의 택리지에 양간지풍(襄杆之風)과 양강지풍(襄江之風)이 언급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지역의 기후 지형적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 지역에서 1672년 현종 13년에는 65명이 사망했고, 1804년 순조 4년에는 민가 2,600호가 불타고 사망자가 61명에 이르는 등 대형 산불피해 기록이 역사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 국토는 산림면적이 65%로 OECD 국가 중 핀란드, 일본, 스웨덴에 이어 4번째로 많은 면적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특성상 임지 내에 가연성 산림연료가 많이 쌓여 있으며 임목밀도가 높아 연소 진행속도가 빠르다. 뿐만 아니라 산불 피해가 큰 침엽수림이 국내 산림의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건조기에는 계절풍이 겹쳐 동시다발적으로 대형산불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

  산림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432건의 산불이 발생해 평균 670㏊의 피해를 봤다. 이 중 82%가 건조한 날씨인 봄철에 집중되었는데 3월과 4월에만 그 피해 면적이 각각 211ha, 202ha에 달한다.

  2019년은 ‘산불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세계 곳곳에서 대형산불이 발생해 10만ha의 산림이 산불로 사라졌다.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지역에서는 2018년에 비해 75% 이상 늘어난 총 8만여 건의 산불이 발생하였다.

  6개월간 꺼지지 않았던 호주 산불만 보더라도 이로 인한 피해면적은 위성사진으로 뚜렷이 확인되었다. 우리는 호주 산불의 결과가 주는 메시지를 명확히 인지하여야 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의 산불이 우리와 무슨 상관이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더 이상 남의 일로 간과해서는 안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호주 산불을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아 기온 상승과 강우량 감소로 건조한 상태가 지속되어 대형 산불로 확산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산불들을 살펴보면 기후변화로 인해 고온건조해진 날씨의 영향을 받아 한번 발생하면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점점 더 건조해지는 기후변화와 이로 인한 대형 산불발생, 산불로 인해 더욱 더 건조해지는 기후... 이런 악순환의 연결고리는 더 이상 다른나라의 얘기가 아니며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세계적인 문제가 되어버린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문제에 우리나라의 기후 지형적 특성까지 고려한다면 작년 강원도 동해안지역 산불과 같은 대형산불이 또 다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불은 입산자의 담배꽁초나 논, 밭두렁 태우기등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봄철이면 각 행정기관에서 실시하는 ‘산불 예방캠페인’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산불의 가장 첫 번째 원인인 ‘부주의’로 인한 불을 줄이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는 관심을 갖고 산불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작년 봄철 발생했던 강원도 동해안지역 산불 대응을 위해 전국에서 동원된 872대의 차량과 3,251명의 소방관들의 하나된 땀방울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서 쏘아올린 화구(火球)의 경고를 기억해야 한다. 모두가 하나 되어 대형산불을 사흘만에 진압했던 것처럼 도민 모두가 하나 되어 봄철 산불 예방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아울러, 180만 전북도민이 하나되어 초유의 코로나 19의 조속한 종식을 위해 손 씻기, 마스크 착용하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행정기관의 지도에 잘 따라 주시는 한편,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 양보하고 배려를 실천하여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홍영근 전북소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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