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상황과 낙관적인 편향
위기상황과 낙관적인 편향
  • 김동근
  • 승인 2020.03.16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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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겨울 중국에서 발병하기 시작한 코로나19가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전세계적으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은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이 발생한 중국과 한국, 일본, 이란, 이탈리아 등에 대해 입국을 금지하거나 격리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을 선언하였다. 유럽에서의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자 유럽 각국이 국가비상사태를 발령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30일간 유럽발 미국 입국 금지’라는 극약처방도 내렸다.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각국의 기업과 상점들이 일제히 휴업을 하였고 증시는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는 등 세계 경제에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사람들은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마스크나 손소독제 등을 사려고 해도 공급보다 수요가 너무 많아 물건을 구입할 수 없다.

 지금까지 인류에게 큰 해를 끼친 전염병들은 수도 없이 많았고, 전염병으로 인해 세계사가 바뀐 사례도 적지 않다. 몽고군대에 의해 1331년에 유럽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흑사병은 4년여 만에 유럽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하였다. 이로 인해 유럽의 봉건제도가 붕괴하기 시작하였다. 유럽의 풍토병이었던 천연두는 스페인이 잉카제국을 점령할 때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천연두로 인해 잉카제국 인구의 4분의 3이 사망하였고 잉카제국은 멸망했다. 콜레라, 결핵, 스페인 독감도 적게는 수백만명에서부터 많게는 1억명 이상의 사람을 사망하게 하였다.

 이후 이러한 전염병은 가난, 열악한 위생환경, 전쟁을 통해 발병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전세계에 유행한 스페인독감으로 미국에서만 67만명이 사망하였는데, 이러한 요인 외에도 당국의 무관심과 언론의 침묵이 한몫하였다. 1918년 3월 미국 캔자스주 해스컬의 의사 로망 마이너는 초겨울부터 건강한 청년 수십명이 ‘중증의 인플레엔자’에 걸려 사망하자 주간지 ‘퍼블릭 헬스 리포트’에 질병이 유행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독감은 세계 1차 대전이 벌어지고 있는 군부대로 옮아가 많은 장병이 사망하였지만, 언론은 장병의 사기진작을 위한 법 때문에 침묵하였다. 사람들은 예측하지 못했던 스페인독감이 확산하고 사망자가 급증하게 되면서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하였다. 물건의 사재기로 물건이 부족해지자 가격이 폭등하는 등 사회적인 혼란에 빠졌다. 미국에서의 스페인독감이 유행하였던 것은 결국 의사들이 새로운 질병의 유행을 경고하였지만, 당국이 이러한 사태를 은폐하고 위험성을 경시하였고 언론은 침묵으로 이에 동조하여 사태를 악화시켰던 것이다.

 현대 사회에도 코로너19와 같은 신종 플루, 방사능유출, 메르스 바이러스 등 다양하고 새로운 위험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각종 위험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이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위기관리시스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질병관리본부가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알려주었고 위험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피할 수 있는가를 지속적으로 전파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천지를 비롯하여 일부 사람들이 질병관리본부의 위기관리시스템에 동조하지 않아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이 급증하였고 사망자도 많이 늘었다.

 위기관리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먼저 질병관리본부가 전염병의 위험에 대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투명하게 전달하여 전염병에 대한 위험을 인식하도록 하고 전염병의 위험에 대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사람들이 위험 정보를 접했을 때 위험에 대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으로 위험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많은 연구에서 사람 중 80% 정도는 자신에 비해 다른 사람들이 더욱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고, 같은 위험이라도 자신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더욱 쉽게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낙관을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비이성적인 성향을 위험에 대한 ‘낙관적인 편향(optimistic bias)’이라고 한다. 낙관적인 편향을 가진 사람들은 전염병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들은 감염되지만 자신들은 감염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위험에 대응을 잘하지 못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나 ‘자가 격리’에 동참하지 않고 예전처럼 행동하게 되어 결국 방역예방은 실패하고 만다.

 우리나라는 몇 개월째 코로나19와 싸우고 있다. 낙관적인 편향을 가진 대부분 사람들도 질병관리본부의 위기관리시스템에 맞춰 생활하고 있지만, 아직도 낙관적인 편향에 사로잡혀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위기상황에서 낙천적인 편향은 사태를 악화시킨다. 지금은 낙관적인 편향에서 벗어나 코로나19를 빨리 종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김동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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