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무전북(若無全北)시무국가(是無國家)
약무전북(若無全北)시무국가(是無國家)
  • 이보원
  • 승인 2020.03.1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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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는 반복되는 건가. 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의 역사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중세 유럽을 쑥대밭으로 만든 페스트는 인류 전염병 재앙의 흑역사로 회자된다. 그런데 페스트의 시작과 전파 경로가 지금 전 세계를 재난으로 내몰고 있는 코로나와 샴쌍둥이처럼 닮았다. 흑사병이라 불리며 중세 유럽을 휩쓴 페스트는 1347~1351년 3년새 2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페스트 역시 중국에서 시작됐으며 유럽으로 전파됐다고 한다.

 전파 경로에는 두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먼저 이 병이 중앙아시아의 타슈겐트 지역을 건너 흑해 크림반도를 거쳐 이탈리아에 도달했다는 설이다. 크림반도의 카파는 지중해를 무대로 동방무역을 하던 제노아 상인들이 오랫동안 경영해온 도시였다. 1347년 이 성채를 포위공격중이던 타타르군은 영내에 페스트가 발생하자 환자들의 사체를 일부러 성벽에 내다 버린 뒤 철수해 버린다.

 현대전의 세균전이었던 셈이다.그 결과는 참혹했다. 성내로 전파된 페스트는 도시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 무서운 역질을 피해 본국으로 철수한 이탈리아군 역시 페스트 재앙을 피하지 못했다. 메시나 제노아 등지를 거쳐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었던 것이다.

 또 하나는 징기스칸의 서방원정대를 따라 유럽으로 간 아시아 쥐들이 그곳의 쥐들을 구축하고 번창했기 때문이라는 생태학적 가설이다. 페스트는 쥐벼룩에 의해 전파되는 엘시니아 페스티스라는 균의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페스트의 숙주가 되는 새로운 쥐와 쥐벼룩이 무섭게 증식하면서 유럽에 페스트가 창궐했다는 것이다.

 지난해12월31일 중국 우한에서 첫 발생한 코로나로 전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다. 확진자가 8만명을 넘었던 중국은 이제 종식 단계다. 그러나 유럽의 이탈리아에서는 확진자가 무서운 기세로 늘고 있다. 확진자가 2만명을 넘었다.이탈리아 전역에 이동제한 명령이 내려졌다.사실상 국가마비 사태다

 6백여 년 세월의 격차만큼 중세와 지금의 교통물류시스템과 보건의료 위생환경은 천양지차다.

 그럼에도 코로나 사태는 페스트의 데자뷰를 보는 듯하다. 전세계에 코로나 안전지대는 없다.세계보건기구 WHO는 팬데믹을 선포했다.전세계 확진자는 16만명에 육박하고 있다.누적 사망자는 5천8백여명이다.

 항공노선 중단등 입국차단으로 전 세계가 올스톱 상태다. 주저앉는 실물경제 불황은 금융산업으로 전이됐다. 전 세계 주식시장이 대폭락 하는 등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몰아치고 있다.

 첫 발병이후 50여일을 맞고 있는 국내 코로나 사태는 대구경북지역의 급증세가 한풀 꺾이면서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

 그러나 서울의 콜센터 한 곳에서 1백 명을 넘는 확진자가 한꺼번에 발생했다. 불씨는 곳곳에 잠복해 있다. 초기에 잡히는 듯 했던 국내 코로나 사태는 신천지 31번 확진자가 나오면서 상황이 돌변했다.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에도 전북지역은 전국에서 확진자가 가장 적어 안정적으로 관리될 뿐만 아니라 국가 재난 극복에도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발 착한 임대료 캠페인은 사회경제적 약자와의 고통분담과 배려를 실천하며 큰 울림을 줬다. 전국 확산과 세제감면 등의 정책을 이끌어냈다. 대구경북지역의 자가격리 확진자 3백여명은 전북에서 치료와 따뜻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 재난기본소득제가 전국 최초로 전주시에서 다음달 시행된다.코로나 사태로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취약계층 5만여 명에게 1인당 52만원씩 긴급 생계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전북·전주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길수 있는 희망 바이러스의 진앙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임진난때처럼 약무전북(若無全北) 시무국가(是無國家)라 할 만하다.

 이보원 논설위원/아카데미 운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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