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일상의 회복이 함께 이루어져야
사회적 거리 두기-일상의 회복이 함께 이루어져야
  • 김우영
  • 승인 2020.03.12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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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요청받고 있다. 이달 9일 전국 17개 시도지사들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민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여 줄 것을 호소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외출을 자제하는 등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마스크 착용, 손씻기와 같은 개인 위생수칙을 준수하는 것을 말한다.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약과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못한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최선의 감염예방 방법일 수 있다.

 일상생활 패턴에서 보면, 개인이 자발적인 자가 격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특히 잠복기라 생각되는 2주 동안 자가 격리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감염 확진자와 접촉하였을 가능성 때문에 스스로 자가 격리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감사와 응원을 보내야 한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고통을 참고, 자발적인 격리를 선택하였기에 더 확산하였을 감염을 막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모두가 같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참여한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많은 곳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지만, 재택근무와는 거리가 먼 업무에 종사하는 생산직, 서비스업, 현장 노동자들은 여전히 전철이나 버스로 출퇴근하고, 타인들과 계속 접촉해야 한다. 신천지 교회 연관 감염 확진자들이 감소하는 도중, 이달 10일 구로 콜센터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 사례는 밀집된 공간 안에서의 감염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 준다. 어려움에도 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은 어느 정도 잠정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켜진다 하더라도,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지가 매우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유치원, 초중고 학교들이 개학한다면, 사회적 거리 두기는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대학은 온라인 강의를 통해서 재택 수업이 가능하고, 이미 이번 학기 재택수업을 채택한 대학도 있다. 물론 대학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달 말 국내 학생들의 기숙사 입주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기숙사는 공동생활 공간이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다른 문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할 경우, 사회 경제적 피해가 점점 누적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동이 제한되고 소비가 위축됨으로써 나타나는 여러 가지 피해를 우리는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교통수단이나 상가 점포를 이용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어려움을 호소하는 업소와 상인들이 늘고 있다. 일반 개인들로서도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사회활동을 자제하며, 이른바 홈술, 혼운동, 집콕 등을 통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속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세계적 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시대의 일상이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할 수 없거나, 하지 않아야 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과 주위 사람의 고통을 지켜보면서, 제한된 사회적 공간 안에서, 답답하게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예전과 같은 방식은 아니지만, 우리의 일상을 회복해야만 한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사회 경제적 활동을 위해서도 그렇다. 지역 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우리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우선은 감염의 두려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초래되었을 멀어진 마음, 닫힌 마음을 여는 일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무의식적으로 생겨난 편견들, 다른 집단과 다른 지역에 대한 미움을 극복해야 한다. 두려움 때문에 위축된 소소한 일상들을 다시금 회복해 나가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사회적 단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통과 거래, 많은 작업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다. 접촉하지 않기, 1.5m 거리 유지, 마스크 착용, 청결유지 등을 지키는 것이 만남의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서로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서 소통과 연대, 배려가 더 필요한 때이다.

  김우영<전주교육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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