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 김성철의 파란 시선이 비스듬히 떠오르는 ‘달이 기우는 비향’
젊은 시인 김성철의 파란 시선이 비스듬히 떠오르는 ‘달이 기우는 비향’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3.1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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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철 시인의 시집은 ‘달이 기우는 비향(파란·1만원)’은 어둠 속에서 밝음을 억지로 찾지 않는다. 시인의 시어(詩語)들은 엄마를 등지고 눕는 등의 간격, 쇳덩이 사이로 비져나오는 쇳가루, 슬픈 순간에도 터져나오는 딸국질 등 사소한 것을 오래 바라본다. 이 소재들은 외로움과 사회와 멀어지는 거리감을 천천히 독자들에게 그림자럼 함께한다.

 총 4부 52편으로 이뤄진 시집에서 어딘가로 떠나려는 모습은 잘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52편의 시에서 순간과 시간을 견디는 모습들은 짙다. 시인은 시집 제목이기도 한 ‘달이 기우는 비향’에서도 비를 맞고 ‘물푸레나무처럼 차분히 늙어가야지’라는 말로 기다림을 말한다. 이 기다림의 무게는 비를 머금은 물푸레나무의 뿌리보다 깊다.

 시 ‘는다’ 역시 ‘공치는 나날’과 ‘노모의 등’을 함께 둔다. 엄마의 새근새근 선잠에 들어간 숨소리와 ‘펴지지 않는 관절만큼 기억도 사라진’이라는 말로 순간을 함께 한다. 이 순간에서 시인은 눈내리는 날과 그 시간을 견디는 것에 대해 불평 불만이 아닌 ‘엄마랑 맞댄 등’으로 남은 나날에 대한 기다림을 함께 하고 있다.

 시인은 머리글에서 “너를 알게 된 이후 부서진 것들만 눈에 들어왔다 / 그것이 너무 싫어서 도망쳤지만 늘 그 자리였다”고 전했다.

 이경수 문학평론가는 시평에서 “바닥 모르게 가라앉는 지독한 우울을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부서진 것들의 울음소리에 공명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김성철의 첫 시집을 펼쳐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박성우 시인은 “언제 예리해야 하는지를 알고 언제 담담해야 하는지를 아는 김성철 시인은 파고드는 일로 아픔을 넘어서고 아무러지 않게 앓는 일로 사랑을 완성한다”고 전했다.

 김성철 시인은 전라북도 군산에서 출생했으며 2006년 영남일보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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