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 봄은 언제 오나?
빼앗긴 들에 봄은 언제 오나?
  • 천호성
  • 승인 2020.03.09 1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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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신종바이러스의 기세가 아직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마스크 하나에도 쩔쩔매는 우리들의 삶은 불안과 공포의 연속이다. 예년의 3월이라면 나는 지금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새 학기 강의준비와 신입생 면담으로 말이다. 그러나 지금 학교는 졸업식과 입학식은 물론 수업마저도 코로나에게 빼앗겨 버린 채 적막함만 흐르고 있다. 젊은이들로 가득해야 할 캠퍼스는 텅 빈 채로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 대학도 2주간의 개학연기를 결정한 것에 더하여 비대면의 수업방식으로 2주간을 동영상이나 인터넷 강의로 대체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유·초·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개학이 미루어지면서 수업은 물론 돌봄, 비정규직의 임금 등 예상치 못한 문제들이 벌어지고 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의료진들과 해당공무원들의 사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히 비상사태이며 우리는 지금 역경과 마주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일이 순조롭지 않아 매우 어렵게 된 처지와 환경 안에서 재앙이 되풀이되고, 마음이 불편한 상태가 지속하면서 희망이 사라진다고 느낄 때 우리는 이것을 역경이라고 부른다. 폴 스톨츠는 “장애물을 기회로 전환시켜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역경에 부닥쳐도 포기하거나, 주저앉지 않고 자신의 모든 능력과 지혜를 총동원하여 기어코 역경을 극복하는 클라이머형의 노력과 능력을 역경지수라 정의했다. 지능지수와 감성지수보다 지금은 역경지수가 필요한 때다.

 우리의 지금 역경지수는 어떠한가? 과거 메르스 사태를 경험하면서 당시의 경험과 지혜가 조직화하여 나름대로 위기 대응능력을 키워왔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에서 국민의 힘을 한데 모아 이 위기를 총력으로 극복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공포를 재생산하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가짜뉴스를 퍼트리기까지 한다. 이러한 국가 비상사태를 이용해 마스크 사재기를 하는 몰지각한 사람들은 또 무엇인가? 언론의 냉정한 분석과 사실에 기반한 보도는 정부정책을 수정 가능하게 할 것이며 국가가 제 역할을 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하지만 공포심을 강화하는 지금과 같은 언론의 태도는 국민에게 불안과 함께 각자도생을 부추기게 되어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내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분명히 내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건강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만 안전하다고 살 수 없는 사회인 셈이다. 따라서 지금의 상황은 감염의 확산을 막고 감염된 사람을 조기에 찾아 최대한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이유이다.

 문제는 지나친 공포의 확산이다.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고 있고, 국가의 시스템도 잘 작동하고 있으니, 국력을 한데 모아 철저하게 대비한다면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자신감을 갖고 현재 상황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정부의 일관된 정책 아래에서 국민의 힘을 한데 모아 차분하면서도 냉정하게 코로나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

 우리가 빼앗겨 버린 것은 봄만이 아니다. 시민들이 공포의 칼날에 각자도생으로 내몰리면서 사람에 대한 신뢰와 배려의 실종,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단절, 더불어 사는 것에 대한 사람다움을 빼앗겨 버리는 것이 더 두렵다. 우리는 어둠이 있었기에 램프를 만들 수 있었고, 안개가 있었기에 나침반을 만들 수 있었다. 우리에게 지금 주어지는 역경은 분명히 대한민국 사회의 시스템을 한 단계 올려주는 계기가 될 것이며, 우리 국민의 시민의식을 한층 더 높여 줄 것으로 믿는다. 겨울은 결코 봄을 이길 수 없음을 우리는 안다. 이것이 세상의 순리이니 코로나 19도 분명 물러갈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힘내라 대한민국!

 천호성<전주교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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