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립미술관, 원칙 없는 ‘전북미술협회 회원전’ 책임 떠넘기기 급급
전북도립미술관, 원칙 없는 ‘전북미술협회 회원전’ 책임 떠넘기기 급급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3.05 2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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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이 원칙을 지키지 않은 전시를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올해로 40회를 맞은 전북미술협회(회장 김영민) 회원전을 취지나 명분도 없이 미술관을 내어주는 방향으로 추진하다 결국 탈이 난 것이다.

  도립미술관은 이 전시를 초대전으로 치른다면서도 도록 제작 비용은 전북미협 측이 부담할 것을 요구했고, 김영민 회장은 이를 다시 회원들의 부담으로 돌리려 하다가 회원들의 반감이 극에 달하고 말았다.

  논란이 불거지자 전북미협과 도립미술관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회피에 급급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5일 전북미협에 따르면 이달 10일까지 이번 회원전에 참여할 작가들의 출품 신청서를 접수 중이다. 전북미협은 도립미술관 전관에서 500여 명의 회원들 작품을 전시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는 상태다. 전시 참여 인원이 많은 만큼 도록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지난 1월 31일 정기총회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김영민 회장이 회비를 낸 사람에 한 해 전시 참여 기회를 주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 이에 회원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미협 A 회원은 “도립미술관에서의 전시 개최는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일반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협회전과는 다르지 않느냐”며 “돈을 내면 회원전을 치를 수 있고, 돈을 못 내면 회원전을 치를 수 없다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불쾌해했다.

  B 회원은 “전북미협의 회원전이 도립미술관에서 진행된다면, 어떠한 취지와 기획성이 있는지가 더욱 중요한 문제일 텐데 그런 내용은 없이 무조건 출품을 원하는 회원들의 지원신청서를 접수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다”면서 “작품성 여부에 대한 판단도 힘든데 500명이나 되는 회원들의 작품을 도립미술관 전관에 걸어야 할 필요가 무엇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영민 지회장은 “이번 전시의 뜻은 원로작가들이 한 명씩 돌아가시고 있고, 원로작가와 회원들이 도립미술관에서 전시하기를 원한다”며 “지금까지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도립미술관에서 전북미술협회 회원전을 치르기 위해 열심히 기획했을 뿐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 회장은 “전북미협회전은 도립미술관 김은영 원장을 비롯한 내부 회의와 도립미술관 운영위원회를 거쳐 결정된 것이다”라며 “도록 예산은 올해 문진금을 받지 못했으니 제 사비로 대신 내겠다. 추천서에 적힌 연회비 납부 부분은 설령 납부하지 못하더라도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전시하도록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전북미협의 내홍 속에 전북도립미술관은 한 발 빼는 모습이다.

 김은영 관장은 “이번 전시는 김영민 지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으나 도립미술관의 성격에 맞지 않아 처음엔 반려했다”면서 “그러나 전북도와 논의하며 2020년도의 정치, 선거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섞인 시의성에 맞춰 전북도에서 전북미협이 대표성이 있다고 해 도정의 의견에 따라 전시 계획을 진행하게 됐다”고 전북도에 핑계를 댔다.

 그러나 전북도의 이야기는 김 관장과는 또 달랐다. 전북도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국이 특정 단체의 전시에 미술관에 의견을 제시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시에 대한 의견은 관장이 결정하는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전북미협전이 당초 대관전의 형식이었는데 초대전으로 바꾸었다는 소문까지 무성해 논란이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전북도의회 문화건설안전 전문위는 “전북미술협회 측에서 도립미술관에 대관 신청을 했고, 조례에 따라 전시실 대관이 안 되는 상황에서 역으로 도립미술관 측에서 초대한 것으로 형식적 조례위반 사항을 회피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도립미술관 운영·관리 조례 제25조에 따르면 대관허가 범위는 전시장이 아닌 ‘강당, 세미나실, 옥외공연장’ 등의 기본시설과 ‘냉·난방 설비, 프로젝터, 조명, 음향시설’뿐이다.

 도립미술관이 어떠한 이유에서건 이번 전북미협회전을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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