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모르고 형식적 …코로나사태에도 장애학생은 외면”
코로나19에 대한 반쪽짜리 정책으로 일부 장애학생들이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돌봄 운영은 하더라도 대부분 특수학교에서 안전문제로 통학버스 운행을 하지 않아 자가통학을 해야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운영시간도 학교마다 제각각이고, 도시락 지참은 물론 마스크 착용도 권하는 학교들도 있어 장애학생들을 위한 돌봄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5일까지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비롯 특수학교에 2차 긴급 돌봄 수요조사를 실시하도록 요청했다.
도내에는 특수학교 10곳이 있으며,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275개 특수학급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특수학교 10곳 중 5곳은 2차 돌봄교실 신청자가 없어 운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나머지 학교들은 적게는 1명에서 많게는 15명까지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A특수학교 관계자는 “휴업으로 통학버스 운행도 안 하고, 급식 운영도 안 하니 차라리 집에서 돌보겠다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지난 1차 돌봄 수요조사에 이어 2차 조사에서도 신청자가 없어 긴급돌봄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B특수학교 교감은 “통학버스를 운행하면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에 돌봄 신청자의 경우 개별적으로 등교해달라고 안내했다”며 “장애 학생들의 경우 면역력이 더 약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학교장 판단에 따라 통학버스 운행은 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휴업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버스 운행으로 돌봄 신청자 수가 급증하게 되면 집단 감염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장애학생 학부모들은 이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학부모 이 모씨는 “장애학생들에게 긴급돌봄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안전지도사가 탑승할 때부터 손 소독제를 뿌려주고 학생들끼리 따로따로 앉게 하는 등 지원 체계를 갖췄어야 한다”며 “그런 것도 없이 알아서 등교하고 도시락과 간식까지 챙겨보내라고 하면 어느 부모가 보내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돌봄교실 운영시간도 제각각이다. 정부 지침은 오전 9시부터 5시까지이지만 이마저도 맞벌이 부부에게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특수학교마다 오전만 운영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명확한 운영시간 안내 없이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곳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학교에서는 마스크 대란 속에서 ‘돌봄 등교 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안내해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학부모 김 모씨는 “마스크 구매가 하늘에 별 따기고, 중증 장애학생들의 경우에는 마스크 착용이 힘들다”며 “현실은 모른 채 학교에서는 형식적인 안내만 하고 있고, 비상사태에도 장애학생들을 위한 대책은 없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김혜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