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전주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김성철
  • 승인 2020.03.0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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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은 전주였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한민국의 일상이 무너져 가고, 경제는 심각하게 위축되어 가고 있던 요즘, 전주 한옥마을과 주요상권의 건물주들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따뜻한 나눔을 실천하기로 하면서 시작된 ‘착한 임대운동’.

 이 착한 임대 운동은 지난달 12일 전주한옥마을 건물주에 이어 14일 전주 주요상권 64명의 건물주가 5~20%의 임대료를 인하키로 하는 등 상생 협력에 동참하면서 전주를 넘어 전국으로 급속하게 퍼져 나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러한 전주의 행보에 박수를 보냈다. 자신의 SNS에 전주시의 상생협약을 언급하며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국민의 ‘십시일반 운동’이 큰 힘이 됐다”며 “착한 임대인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길 기대하며 전주시와 시민들께 박수를 보낸다”고 격려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가 줄면서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세계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나빠졌다. 6개월 뒤 가계수입이 늘어날지 여부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자영업자의 이달 가계 수입 전망은 한 달 사이 8포인트 떨어진 87로 세계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메르스때(94년)보다 어둡고 깊은 하락폭이다.

 이러한 때에 위기를 함께 극복하고자 시작한 착한 임대운동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켜 이제 각계각층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전북은행도 착한 임대 운동에 동참하기 위해 당행이 보유한 건물의 임대료를 6개월간 30%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총 15개 업체가 그 기간 동안 각 1500만원의 임차료 부담을 덜게 된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개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은 최대 5억원, 개인은 최대 1억원까지 금융지원도 적극 시행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움직임에 화답해 올해 상반기 중 소상공인 임차인의 임대료를 내려준 모든 임대인에게 인하분의 50%에 해당하는 소득세, 법인세 감면 혜택과 특정 시장 내 20% 이상 점포가 착한 임대 운동에 동참할 경우 전체 시장의 노후전선 정비, 스프링클러 설치 등 안전시설 지원도 함께한다고 한다.

 또 정부와 공공기관도 임대료 인하에 나서기로 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소유하고 있는 토지와 건물을 임차하고 있는 소상공인이 부담하는 임대료를 현재의 3분의 1수준으로 내릴 예정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현대사에 있어 최대 국난 중 하나라고 할만하다. 소상공인들을 비롯해 기업들까지도 영업생산에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시민들은 생명과 안전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국가들이 늘고 있는가 하면, 국가 경제와 대외 신인도 또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흡사 전시 상황과 비슷한 지금의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재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것은 맞지만 모든 것을 정부에게 맡겨둘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지금의 이 시간을 얼마나 잘 이겨낼 수 있는가는 우리 각자의 노력 여하에도 달려 있다. 서로에 대한 혐오나 불신이 아닌 위로와 응원을 보내며, 정부와 국민이 각자의 위치에서 사명의식과 시민 정신을 발휘한다면 우리는 분명히 지금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시인 랜터 윌슨 스미스는 이렇게 노래했다.

 ‘큰 슬픔이 거센 강물처럼 네 삶에 밀려와/ 마음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고/ 가장 소중한 것들을 네 눈에서 영원히 앗아갈 때면/ 네 가슴에 대고 말하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분명히 이 시간은 지나갈 것이다. 이번 착한 임대운동처럼 고통과 어려움을 분담하고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기 위한 작은 실천들을 통해 지역 공동체 복원은 물론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난 및 각종 사회문제를 극복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성철<전북은행 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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