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쇼크…전북 화훼농가 ‘시름 지속’
코로나19 쇼크…전북 화훼농가 ‘시름 지속’
  • 고영승 기자
  • 승인 2020.03.0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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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0여년 간 꽃 농사를 지어오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에요. 정말 너무 힘드네요.”

 5일 김제시 금산면의 한 화훼농가. 이곳에서 27년째 튤립 농사를 지어온 꽃다비팜 임금옥 대표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이곳 분위기는 썰렁하고 침울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졸업과 입학식이 줄줄이 축소 또는 취소되면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졸업식에 이어 입학식이 대목인데 올해같이 졸업식이 취소된 것은 꽃 농사를 시작한 후 처음”이라며 “그동안 경기 악화, 수입 꽃의 증가, 난방비 증가 등으로 경영이 어려웠던 적은 있었지만 최근 코로나 사태로 경제가 많이 위축돼 많이 힘든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지자체 및 단체에서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어 코로나19 발생 직후보다 가격이 소폭 상승했지만 화훼농가는 아직도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기에 오는 5월 특수까지 사라진다면 화훼재배를 포기하는 농업인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날 전북 전주화훼단지의 A농원에는 곱게 핀 철쭉, 영산홍 등이 심겨 있는 화분과 각종 분재, 난 등이 즐비하게 전시돼 있었지만 손님이 없어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다. 주변 가게들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해마다 졸업·입학 철이면 꽃 등을 구매하기 위해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손님이 뚝 끊긴 상황이다. 일부 가게에서는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이 절반가량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5월 가정의날 특수도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품목에 따라 상이한 부분이 있지만 2월 한달 기준 현재 가격은 농가 손익분기점 정도에 불과하다. 이에 꽃 소비 침체가 지속될 경우 후 작기 화훼재배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화훼업계 한 관계자는 “기상여건이 안 좋아 올해 절화류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반입량 감소로 가격이 상승해야 하지만 졸업식 등의 기대수요가 사라져 화훼류 가격이 평년대비 낮게 형성되고 있다”며 “농가에서는 1월부터 5월까지 판매한 자금으로 수익이 없는 시즌을 버텨야 하는데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한해 농사를 망칠 수 있다. 인건비조차 건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농가는 더 이상 화훼를 재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고영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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