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의 사회학
얼굴의 사회학
  • 최정호
  • 승인 2020.03.04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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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는 현재 온 나라를 삼키고 있다. 질병관리 본부는 <원천봉쇄> 전략에서 급기야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변경하고 있다. 현재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은 개인위생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여 누가 감염원인지 모를 지역사회 감염의 전파를 늦추는 일이다. 그러나 이를 실천하는데 우리는 어려움을 느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얼굴의 의미에 대하여 알아보겠다. 얼굴로 이루어진 사회라는 우주에서 나의 얼굴은 나를 하나의 개체로 만들어 준다. 얼굴은 타인과의 접점의 최전방에서 활약한다. 얼굴은 신뢰할 만한 정보의 원천이자, 잡을 듯하면 사라지는 신기루와 같다. 얼굴은 즉각적으로 나이, 성별, 인종, 건강 상태, 기분 등을 알려준다. 나는 나의 얼굴을 통하여 나의 정보를 흘리고 감춘다. 사람들은 상대방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기분을 예측하고, 진지함을 짐작하고, 감정을 느낀다. 인간은 사회적 연대가 중요해지는 시점 과거 진화의 어느 때부터 인가 공막(sclera)을 하얀색으로 변화시켜 그가 주시하는 방향을 상대방과 공유하도록 배려해왔다. 타인과의 ‘공명’이 생존과 번식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비키 부투스는 “인간은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세상에 나온다.”고 했다. 실제로 사람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태어난 지 겨우 9분밖에 되지 않은 아기도 얼굴 패턴을 좋아한다. 연구자들은 어린 아기들도 ‘거짓미소’ 혹은 ‘외교적 미소’를 확인하였고 그래서 미소 역시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능력으로 간주한다. 얼굴은 신비로운 신호 발생 장치이다.

 얼굴은 놀라운 깊이와 무한한 색조를 띤 메시지를 발산한다. 사람들은 이 신호에 반응하고 송·수신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언어보다 명료하지 않은 이 신호는 언어보다 훨씬 섬세하고 복잡하다. 사람은 말로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얼굴이 보내는 신호에도 가짜가 넘쳐난다. 속임수와 기만은 동물 사이의 대화에 만연해 있다. 천지는 불인하고 생태계는 잔인하다. 가짜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거짓말쟁이다. 사소한 거짓말을 멈추지 않는다. 왜냐하면 적당한 거짓말은 사회적 접찹제가 될 수 있다. 가짜 미소는 우정을 촉진하고, 어색함을 달래주며, 충돌을 완화한다. 즐거운 거짓말 (즐거웠어요!, 행복했습니다. 아름답습니다….)은 속이는 사람이나 속는 사람에게 모두 이득이 된다. 사실 아부는 언어적 거짓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거짓말에 기꺼이 속아 넘어간다. 칭찬과 아부는 구별이 어렵고 당사자간의 권력지도가 유일한 기준이다. 얼굴은 훌륭한 껍질이다. 얼굴’은 화가의 그림에서조차 스스로 본질을 드러내 보이는 우리가 가장 신뢰할만한 정보의 원천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우리는 ‘첫인상’이 믿을만한 판단의 기준임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상대방의 표정이나 눈빛 등의 미세한 차이를 감별하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70억 인구의 각각의 다른 점을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알아낸다. 여자들은 하루에 거울을 수백 번을 본다고 한다. 그녀들은 그녀의 외모가 운명을 바꾼다는 것을 선험적으로 아는듯하다. 머리모양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온종일 우울한 여자의 감정을 암토끼나 암사자는 전혀 짐작할 수 없다. 살아 있는 얼굴은 우리가 대하는 중요한 대상이다. 얼굴은 육신의 중심이다. 그래서 우리는 얼굴을 그 사람 자체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얼굴 또한 관찰되고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것을 아는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 그래서 사르트르는 “타인은 지옥이다.”라고 했지 않았는가? 얼굴은 인간을 하나의 사회적 개체 단위로 만든다. 얼굴은 사회적 신분증이다. 우리는 얼굴이라는 우주에 사는 셈이다. 매력을 발산하여 유혹하는 미끼가 될 수도 있고, 권태를 자아내는 평범함이 드러날 수도 있고,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얼굴은 상시관리대상이다.

 최정호<대자인병원 성형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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