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쇼크’ 전북 내수면양식업 ‘휘청’
‘코로나19 쇼크’ 전북 내수면양식업 ‘휘청’
  • 장정철, 고영승 기자
  • 승인 2020.03.0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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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어를 양식하는 송민규 대표.
향어를 양식하는 송민규 대표.

 “대구·경북지역이 유일한 납품길인데..”

 4일 오후 1시 전북 전주 덕진구 성덕동의 한 향어 양식장. 이곳에서 만난 송민규(41) 전국내수면향어양식협회장는 “하루 하루가 지옥이다. 지금껏 이렇게 힘든적은 처음”이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여느 해보다 향어가 잘 자라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하지만 그의 표정이 썩 밝지 않았다.

 그는 2~3cm 치어부터 2kg에 달하는 성어까지 약 80여톤의 향어를 직접 양식한다. 이중 향어 성어(60톤) 8~90% 이상을 대구로 유통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달 초부터 납품길이 꽉 막혀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이 생물 상태로 유통해야 하는 어려움 때문에 내수 판로도 넓히지 못해 더욱 힘들어진 상황이다.

 송 회장은 “현재 상황은 국가적인 위기상황으로, 지역 양식업계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전망하기 어렵지만 정부와 지자체에서 현장의 요구를 수용한 지원 대책을 신속하게 수립해 시행해주길 바란다”고 토로했다.

 다른 어종의 양식도 상황은 마찬가지. 전북 익산시 용안면에서 30만 마리의 메기를 양식하는 조순행(68·성우수산) 대표는 양식장을 바라보며 전전긍긍한 모습이다. 그도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유통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곳 양식장에서 다 자란 메기는 모두 대구·경북지역의 한 수산물업체에 전량 유통된다.

 조 대표는 “이번 코로나19로 전북지역의 모든 양식업자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소비부진에 유통은 멈춰섰고 인건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양식장 상품을 전량 수매하는 등 양식업자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역 내수면양식업계는 신속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향어, 메기, 송어 등 업계는 유통 중단 및 가격 하락 등으로 경영이 최악에 이르렀다며 상품 일부 수매 및 사료 구매자금 등의 상환 연기를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전북지역 수산경제가 초비상 상태다. 소비자들이 외식을 꺼리자 소비 감소로 이어져 양식업계 위기감이 국가 위기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와 관련, 수산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국민들이 음식점이나 대형마트 등 주요 수산물 소비처의 방문을 자제하고 있어 수산물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산업계의 시름을 덜어주고, 국민들이 신선한 수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정부 및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도내 내수면 양식의 지난해 생산량은 7047톤으로 전국대비 20.1%(전국 2위), 생산금액 1025억2100만원(전국2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국 내수면양식협회 9개소 중 6개(미꾸라지, 향어, 동자개, 메기, 자라, 민물장어) 대표를 전북에서 맡고 있다.

또한, 일부 과일과 농산물의 출하가격도 하락세를 보여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과 각종 행사, 모임 취소 등이 이어지면서 아직은 미미한 단계지만 전주를 비롯한 도내에서도 가격 약보합세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전주의 한 농민은 애지중지 키워온 호박(10㎏ 기준) 1박스를 이달 초 서울지역 도매시장에 1만 6천원에 납품했다. 지난 주만해도 출하가격은 2만 1천원선이었다.

전주지역은 아직 서울이나 대구, 경북지역에 비해 상황이 그나마 나은편이다.

4일 전주원예농협 등에 따르면 “전북지역의 농산물 출하가격은 아직까지는 코로나19의 간접적인 영향권에 있어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며 “과일, 과실류, 채소류 등에서 지난주에 비해 평균 2~5% 정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수입과일을 비롯한 과일류를 중심으로 가파른 하락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정철, 고영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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