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여우
원숭이와 여우
  • 허남근
  • 승인 2020.03.04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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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속의 짐승들이 자신들의 왕을 선출하기 위해 모였다. 호랑이, 사자, 코끼리, 늑대, 독수리 등 맹수부터 개미까지 수백 마리가 모인 것이다. 그런데 멋진 춤을 추며 짐승들을 즐겁게 해준 원숭이가 왕으로 추대되었다. 여우는 왕의 자질이 없는 원숭이가 단지 춤을 잘 춰서 왕이 된 것에 불만을 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우는 사냥꾼이 설치한 덫에 고기가 얹혀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꾀를 낸다. 여우는 원숭이왕을 찾아가 아주 맛있는 고기를 발견했다며 왕에 대한 존경의 선물로 주고 싶다며 원숭이 왕을 유혹한다. 이렇게 여우는 원숭이왕을 덫으로 유인했다. 원숭이왕은 덫을 발견하지 못하고 고기에 달려들다 그만 덫에 갇히고 말았다.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는 원숭이를 비웃으며 여우는 이렇게 말했다. “이런 한심한 녀석. 고작 이정도 머리를 가진 녀석이 짐승의 왕이 되겠다고? 어리석은 녀석 같으니라고.”

 이솝우화에 나오는 ‘원숭이와 여우’이야기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도자의 자질’이다. 원숭이는 춤만 잘 추었을 뿐이다. 원숭이의 춤은 지도력과 숲속의 발전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하지만 숲속의 짐승들은 자신들을 즐겁게 해준 원숭이를 왕으로 추대했다. 지도자의 자질을 대중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 21대 국회의원 선거전의 막이 올랐다. 아울러 같은 날 재보궐선거가 실시된다. 우리 전북에서는 진안군수 재선거가 있다. 오는 4월 15일은 한마디로 지도자를 잘 뽑아야 하는 날인 것이다. 수많은 후보들이 자기가 적임자라면서 연일 SNS에서 그리고 지역주민들 속에서 자신을 알리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 유권자들은 누가 지도자의 자질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검토해야 한다.

 지도자의 자질을 확인하고 검토하려면 그 판단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람마다 판단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다. 잘 듣고 소통하는 능력이 있는지, 겸손한지 등 직접 대면접촉을 해야만 알 수 있는 기준이 있고 검색해보고 또는 자료를 통해서 알 수 있는 기준도 있겠다. 그 기준중의 하나가 그 사람이 살아온 ‘과거’를 보는 것이다. E.H.카 교수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현재와 과거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사람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과거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 사람의 과거를 통해서 그 사람의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살아온 사람인지 아니면 공동의 이익을 위해 살아온 사람인지 그 사람의 과거를 봐야 한다.

 지금 출마한 수많은 후보자들 중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탐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이는 범법행위를 저지른 어두운 과거를 가진 후보도 있다. 물론 한때의 잘못이고 실수일 수 도 있다. 그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씻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후보자는 알려야 하고 유권자는 알아야 한다. 그래서 과거는 중요한 것이다.

 정현종 시인은 그의 시 ‘방문객’에서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사람은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고 했다. 특히 지도자를 더 잘 만나야한다. 지도자 한 사람으로 인해 그 지역의 미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춤을 잘 춘다고 원숭이를 숲속의 왕으로 뽑아준 어리석은 유권자가 되지 않도록 하자.

 허남근<사단법인 진안고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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