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연기에 줄줄이 꼬인 학사일정
개강 연기에 줄줄이 꼬인 학사일정
  • 김혜지 기자
  • 승인 2020.03.0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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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학사일정 3주씩 연기… 방학 대폭 감축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 지연 또는 취소 고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되면 수능 연기론 솔솔

유·초·중·고 개학이 총 3주 연기되면서 학교현장은 줄줄이 꼬인 학사일정을 조율하느라 분주하다. 연중행사나 각종 시험, 공사 일정 등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학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까 우려감이 높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3월 모의평가 연기 방안을 두고 현재 논의에 들어갔다. 이미 한 차례 미뤄져 이달 9일에 실시하기로 했지만, 이번 개학 추가연기로 3월 26일과 4월 2일 두 가지 안을 두고 검토 중이다.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4월에도 모의평가가 있는데 한 달에 시험을 두 번 보는 것은 학생들에게도 부담일 것”이라며 “개개인마다 신학기에 실력점검을 할 수 있고,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수준을 파악해 수업을 진행하려면 3월 말에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도 이례적인 학사일정 조정에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중·고교 1학기 일정의 경우 4월 말 중간고사, 5~6월 초 체육대회·현장체험학습, 6월 말~7월 초 기말고사가 실시돼 7월 하반기에는 여름방학에 돌입한다.

도내 대부분 학교는 이번 개학 연기에 맞춰 3주씩 모든 일정을 미루고 방학을 단축해 나가고 있다.

전주 한 고교 교사는 “법정 수업 일수는 채워야 하기 때문에 이번 여름방학은 이틀만 하기로 했다”며 “1학기에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2학기부터는 모든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체육대회와 현장체험학습은 취소와 연기를 두고 학교마다 고민에 빠졌다.

익산의 중학교 교사는 “너무 더울 때 가면 학생들이 식중독이나 열사병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있어 고민스럽다”며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지만 취소를 하기도 그렇고, 연기하자니 안전문제 등으로 곤란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완주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일단 체육대회가 학사일정에 반영돼 있지만, 지금으로선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추진하긴 어려워보인다”고 밝혔다.

학교 공사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방학 동안 주로 각종 시설 공사가 이뤄지는데 예산편성이 이미 이뤄진 상황에서 공사 연기는 학교 입장에선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능일정도 연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까지 흘러나온다.

도내 한 교육관계자는 “추후에 개학이 더 연기되거나 개학 후에도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된다면 현직 고3 학생들은 11월 수능 준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교육과정 정상화 차원에서 수능 시기를 뒤로 늦춰야 한다는 의견은 많았던 만큼 이번 계기로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학들은 수능이 연기되면 신입생 선발을 하는 데 시간이 촉박하다고 입을 모은다.

도내 한 대학 관계자는 “수능 성적이 나오는 데에만 한 달 정도 걸린다”면서 “이미 확정된 면접일정 등은 모두 바꿔야 하고, 2월 말까지 진행되는 추가모집에도 영향을 미쳐 결국 정원을 더 못 채울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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