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봉가야’ 운봉고원 자연적 특성 활용 국가형성
‘운봉가야’ 운봉고원 자연적 특성 활용 국가형성
  • 이방희·남원=양준천 기자
  • 승인 2020.03.02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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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자존시대 연다> 4)
유곡리·두락리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 추진

 순창출신으로 조선 영조때 실학자이자 지리학자인 신경준이 편찬한 산경표가 우리나라 전통지리학의 지침서로 불리운다. 전국의 산줄기를 하나의 대간, 하나의 정간, 13개의 정맥으로 규정하고 여기에서 다시 가지쳐 뻗은 기맥을 기록하였고 모든 산맥의 연결은 자연 지명인 산 이름, 고개 이름 등을 원본대로 족보 기술식으로 정리했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장백정간, 금남정맥, 한북정맥, 낙동정맥, 호남정맥, 금남호남정맥 등 우리나라 산줄기를 15개로 분류했다.

 금남정맥과 호남정맥이 전북을 동부의 산악지대와 서부의 평야지대로 갈라놓는다. 백두대간의 영취산에서 주화산까지 서북쪽으로 뻗은 금남호남정맥이 북쪽의 금강과 남쪽의 섬진강유역으로 가르고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동쪽에 운봉고원과 서쪽의 진안고원이 위치한다.

 ▲운봉고원 기반 국가 형성

 운봉고원은 백두대간 동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예로부터 신라와 백제의 경계였고 현재는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가 되고 있는 것이 바로 백두대간이다.

 곽장근 군산대 교수는 “운봉고원은 예로부터 신선의 땅으로 회자되고 있는 운봉고원은 조선시대 예언서 정감록에서도 사람살기 좋은 십승지지에도 그 이름을 올렸다. 지리산의 절경이 만든 신선의 땅으로 최상의 파난처이며 안락처로 불리운다”며 “백두대간이 서쪽 자연경계를 이루고 해발 500m 내외의 고원지대로 남강, 선진강이 운봉고원을 적셔주며 현재 행정구역상 운봉읍, 인월면, 아영면, 산내면이 운봉고원을 형성하고 있다”며 역사·지리적 배경을 설명했다.

 곽 교수는 이어 “조선후기 실학자 정약용은 ‘다산시문집’에서 ‘남도의 관방은 운봉이 으뜸이고 추풍령이 다음이다. 운봉을 잃으면 적이 호남을 차지할 것이고 추풍령을 잃으면 적이 호서를 차지할 것이며 호남과 호서를 다 잃으면 경기가 쭈그러들것이니 이는 반드시 지켜야할 관문인 것이다’라고 했듯 운봉고원의 중요성을 설파했다”며 “영호남 최고의 요해처이자 관방의 으뜸으로 동시에 전북가야와 백제, 신라의 유적과 유물이 공존하는 삼국의 각축장으로 영호남의 소통과 화합의 유물로 담아낸 곳이다”고 주장했다.

2010년 고고학계는 일제히 남원의 운봉에 주목했다. 백두대간 동쪽 운봉고원에 속한 남원 월산리 가야계 고총에서 백제왕의 주요 하사품으로 알려진 중국제 청자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종전에 백제 영역에서만 나왔던 유물이 가야에서 처음으로 출토된 것이다. 또한 이 중국제 청자는 대부분이 지방의 중심이자 지배자들의 무덤에서 출토되어 그 위상을 짐작케하고 있다.

 또한 신라의 왕릉인 천마총 출토품과 흡사한 철제 자루솥, 금제귀걸이, 갑옷 등 당시 가야의 힘을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위세품이 출토되었다. 이는 운봉고원이 백제와 가야의 문물교류의 창구 역할을 하며 가야계 소국으로 번성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운봉가야의 위세 입증

 운봉가야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것은 1982년의 일이다. 88고속도로공사 구역 내에 위치한 남원월산리 대형무덤에 대한 구제발굴이 실시되었는데 백제의 대형무덤일 것이라는 고고학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그 조영주체가 가야로 밝혀지면서 비상한 관심을 끌게 되었다.

 경상남도 함양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남원시 아영면과 인월면 일대, 즉 가야계 대형무덤이 자리한 월산리에서 1.7km 떨어진 남원 두락리에도 봉분의 직경이 20m 내외인 40여기의 가야계 고총이 무리지어 있다. 여기에는 직경이 30m 이상 되는 초대형급 무덤도 포함되어 있으며 현재가지 운봉고원 일대에서 발견된 가야계 중대형 고총과 말무덤은 100여기에 달한다. 이처럼 두락리 고분은 대가야의 대표 유적인 고령 지산동 고분군(고분 200여기)이나, 사적512호 경주 대릉원(고분 23기)에 비해 손색없는 규모로서 금관가야나 신라에 버금가는 운봉가야의 막강한 위세를 입증하고 있다.

 운봉가야가 가야계 소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교통의 중심지요 전략적 요충지라는 천혜의 지리적 위치와 대규모 철광석 개발에 힘입은 바 크다. 특히 운봉고원에는 대규모 철생산 유적이 밀집되어 있었기 때문에 운봉일대가 철 생산지로 급부상하면서 철을 수출하는 가야의 소국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측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추진

 전북도와 남원시는 2021년 가야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은 2018년 호남지방에서 최초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42호로 지정되고 이어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대상으로 선정된 바 있다. ‘가야고분군’은 문화재청 문화재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쳐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후보로 선정돼 등재신청을 준비중이다.

 ‘가야고분군’은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사적 제542호), 고령 지산동 고분군(사적 제79호), 고성 송학동 고분군(사적 제119호), 합천 옥전 고분군(사적 제326호), 김해 대성동 고분군(사적 제341호),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사적 제514호),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 등 7개로 구성된 연속유산이다. 세계유산 전문가들은 가야고분군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구체적 근거제시가 등재여부의 열쇠로 작용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따라서 기야유적에 대한 집중적인 발굴과 고증을 통해 실체를 규명할 수 있도록 전북도와 시군이 적극적인 공조를 통해 등재 추진에 나서야 한다. 전북도 관계자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연구와 고증을 통해 관련 시군, 전문가들과 긴밀하게 협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방희·남원=양준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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