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 세자를 걱정하며 차의 효능을 묻다.
영조, 세자를 걱정하며 차의 효능을 묻다.
  • 이창숙
  • 승인 2020.03.0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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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71>
동그랗게 말린 우롱차
동그랗게 말린 우롱차

 천리를 한 걸음에 갈 수 있는 시대이나, 그것의 좋고 나쁨이 있는 듯하다. 사람의 몸에 붙어있는 균(菌)도 빠르게 움직이니, 편리함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가둬 답답함은 이루말 할 수 없다. 잠시 한숨을 돌려보자.

 사람의 몸과 마음은 아무래도 예나 지금이나 같은 듯하다. 영조(英祖, 재위:1724~1776)가 세자의 비만을 걱정하며 그 처방을 묻고 답하는 글이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에 구체적으로 기재되어있다. 여러 명의 신하와 함께 세자를 걱정하는 영조의 말속에서 세자에 대한 그의 마음이 자상했음을 엿볼 수 있다.

 영조 20년(1744) 4월, 영조가 신하들에게 말하길 “세자는 먹성이 좋아 많이 먹기 때문에 지나치게 살이 찐다. 십 세 전에 비만이면 습열(濕熱)의 우려가 없겠는가. 나는 어려서부터 절식을 하여 비습(肥濕)하여도 걸음걸이가 가뿐하다.” 그러자 한 신하는 “청차(靑茶)를 복용하면 좋을 듯하다”고 추천하며 비만을 일으키는 약은 아니라고까지 고한다. 영조는 “비만을 없애는 데 좋은가”라고 재차 묻는다. 중국인들은 고기를 먹은 뒤 반드시 우전차(雨前茶)를 복용한다고까지 말한다. 무엇을 우전차라고 부르는지 자세히 묻자. 곡우 전에 찻잎을 따서 만든 차이며 그 내용은 방서(方書)에서 볼 수 있어 신뢰할 수 있음을 고한다.

 신하들은 우전차를 복용하면 사람을 마르게 할 수 있는데, 비록 기(氣)를 소모 시킨다고 말하지만 지나치게 살찐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자 영조는 우전차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북경에 다녀온 유복명(柳復明)에게 우전차를 보았는지 묻는다. 유복명은 “우전차는 중국인들도 명차라고 하는데, 차를 달이면 황색(黃色)이되고 마시면 몸을 가뿐하고 맑게 해준다”라고 말을 한다.

  “그럼 기(氣)에 해로움이 없겠는가.” 영조는 세자가 혹시 잘못될까 하는 마음에서 묻는다. “신이 한 노인을 늘 지켜보았는데, 많이 복용하면 기운이 없는 것으로 보아 기를 소모시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신하가 “음식을 섭취한 뒤에 마시면 해가 없을 것입니다. 신의 생각으로는 차는 기를 소모 시킬 수 있으니 간간이 올림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작설차 종류를 복용할 경우 담이 뭉친 것을 소화시키는 효험이 있다고 말한다.

 영조는 “우전차가 작설차와 한 종류인지 묻는다.” 그러자 신하들은 같은 종류라고 대답을 한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속임수가 많아서 우전차라하여도 그것이 진짜 우전차라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습니까”라고 의심스러운 말을 하게 된다. 영조가 말하길 “그 말이 맞다. 작설차와 같은 종류라면 하필 다시 우전차를 쓰겠는가. 그렇다면 마실 때 약간만 넣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참으로 영조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영조가 궁금해하는 우전차는 곡우(穀雨)전에 채취한 찻잎으로 만든 차이니 작설차와 같을 수도 있다. 이것은 채취한 찻잎의 시기를 두고 이름을 부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차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청차는 제조과정에서 약간 발효가 된 차로 우롱차라고도 한다. 발효 정도가 일정하지 않아 녹차와 홍차의 중간 정도로 인식하면 좋을 듯하다.

  우롱차는 부분 산화가 일어나 산화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제다 과정은 찻잎을 채취한 후에 햇빛에서 시들기를 한다. 시들기 시간은 주로 1~4시간 정도이다. 이렇게 시들기를 한 후에 실내에서 식히고 다시 시들기를 하는 등 시들기 과정을 2~3번 반복한다. 찻잎을 적당히 식혀 모양을 잡는다. 흔히 볼 수 있는 길쭉하게 말린 모양과 구슬처럼 동그랗게 뭉치는 것이 있다. 이렇게 모양을 잡은 차는 찻잎의 산화 정도에 따라 향이 다르다. 특색있는 향과 모양이 나오는 순간 고온에서 살청을 한다. 숯불에 한 번 정도 덖어 살짝 탄 맛을 내는 경우가 있다. 이 모든 과정이 타이밍이다. 차는 채취 시기에서 만들고 마시기까지 타이밍에 따라 그 색과 향기와 맛이 다르다. 우롱차는 종류가 다양하니 선호하는 취향에 따라 선택을 하면 좋을 듯싶다.

 
 / 글 = 이창숙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이창숙 칼럼 ‘차의 맛, 소통의 맛’은 격주 월요일자를 통해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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