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아침을 깨우는 방송인 김차동, 26년의 마라톤에 쉼표를 찍다
전주의 아침을 깨우는 방송인 김차동, 26년의 마라톤에 쉼표를 찍다
  • 이휘빈 기자
  • 승인 2020.03.01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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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10월 18일 첫 방송부터 ‘김차동 FM모닝쇼’는 전북의 아침을 깨운 프로그램이다. 26년 5개월동안 울고 웃으며 다양한 이야기로 도민들의 아침잠을 깨운 ‘깨동’ 방송인 김차동이 3월부터 ‘김차동 FM모닝쇼’에서 휴식의 뜻을 밝혔다. 전북의 라디오 방송의 한 역사를 그은 방송인 김차동, 수차례 연락 끝에 어렵사리 김차동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지난 27일 스튜디오에 앉은 김차동(58) DJ는 스튜디오 내부를 한번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27년을 스튜디오에서 보낸 순간들 때문이었을까, 또는 이런 결정을 내리는데 고민이 있어서였을까, 언제부터 휴식에 대해 생각했는지에 대한 물음에 그의 대답은 차분했다.

 “26년 5개월 동안 아침방송을 하면서 쉰 것은 5000회 특별휴가와 저희 아버님 발인이었죠. 그 이후에 짧은 며칠의 휴가는 있었지만 제대로 맘 편이 쉰 적이 없어요. 방송과 또 일부 인터뷰를 통해서 20년, 25년, 30년을 채우겠다고 말한 것도 사실이구요. 하지만 체력 손실과 방송 에너지 고갈은 제 발목을 천천히 잡더군요”

 김 씨는 2011년부터 전주MBC프로덕션 업무를 방송과 함께 병행하고 있었고, 2016년에는 프로덕션 대표이사를 맡았다. 새벽 4시 기상과 함께 반복되는 생방송 이후 프로덕션 현장업무를 마무리 하면 늦은밤에야 잠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이는 못 속이겠더군요. 젊었을 적만 하더라도 바로 눈이 떠졌는데, 점차 몸이 무거워집니다. 정신적으로도 피곤함이 짙어지더군요. 육체적 피로와 정신적 피로가 더해지니 방송 역시 점차 매너리즘으로 빠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방송을 하면서도 청취자들께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또한 김 씨는 전주MBC 프로덕션 직원들에게도 미안함을 표했다. 방송을 병행하다보니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공백을 맞추기 위해 대신해 일해야 하는 만큼 이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꼈다는 것.

 휴식의 뜻을 품었지만 김 씨가 섣불리 입을 열 수 없던 것은 ‘김차동 FM모닝쇼’를 애청하는 전북의 청취자들의 변치 않는 응원과 사랑이었다. 아침방송 30년의 역사를 완성하기 바라는 많은 애청자들의 반응에 대해 묻자 김 씨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휴식의 뜻을 밝히자마자 많은 애청자들의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달라’는 사연들이 많았죠. ‘고향을 지켜주던 느티나무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라는 한 청취자 사연에 저 역시도 마음 한 부분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FM모닝쇼’는 제게도 소중한 삶이었고, 애청자들에는 언제나 변함없는 일상이었을테니까요”

 청취자들께 죄송한 마음을 휴식 이후에 보답하고 싶다는 김차동 씨는 휴식 기간에도 내실을 다질 것을 밝혔다. 개인적인 시간외에도 규칙적인 스케쥴과 근력운동으로 체력을 다시 정비하고, 성숙한 방송을 준비하겠다는 것. 그동안 프로덕션 직원들에게 많은 책임들을 몰았는데 앞으로는 더욱 앞장서서 진행할 것을 말했다.

 “예전에 한 선배님께 ‘방송 마이크에서 벗어났을 때 진정한 방송인이 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저 역시 아침 방송을 꾸준하게는 했지만 깊은 기획과 심도 있는 방송이라는 부분에는 만족못한 것이 사실이에요. 마이크를 내려놓은 만큼 그 부분에도 더욱 신경 쓸 시간이라 생각입니다”

 너무 의무에 찬 휴식이라는 기자의 지적에 김차동 씨는 웃으며 말을 더했다. “제가 30여 년동안 방송을 하면서 부러웠던 부분은 정말 사소한 것들이에요. 알람 없이 기상하고, 아침상을 받고, 지인들과 저녁시간 부담없이 가볍게 술잔을 기울일 수있는, 그래서 다음날 까치집 머리 부스스하게 일어나는 그런 것들입니다. 그동안 미룬 사소하지만 일상적인 아침시간들도 가지고 싶습니다.”

 방송 휴면기간에도 김차동 씨는 전주MBC 프로덕션 대표로서 지금까지 해오던 사업을 잘 유지하고 완성도 높은 기획도 준비할 것을 밝히며. 알찬 휴식과 일상적인 나날들 속에서 청취자들과의 더 성숙한 만남을 준비하겠다는 김차동 씨의 눈은 빛났다. 끝으로 김 씨는 휴식 후 돌아올 것을 믿는 애청자들과 그를 기억하는 도민들에게 말을 전했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지금은 잠시 숨돌리기일 뿐입니다. 제 얘기를 들어주시고 저를 사랑해주신 도민들을 위해 저는 좀더 성숙한 방송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그리고 저를 믿고 사랑해온 그 마음에 꼭 응답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

이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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