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드리워진 도쿄올림픽, 취소·연기 어려운 이유는
먹구름 드리워진 도쿄올림픽, 취소·연기 어려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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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2.2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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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권 쥔 IOC·유치 주역 아베 정부, 모두 원하지 않는 카드
코로나19 확산에 도쿄올림픽 '암운'(CG) / 연합뉴스TV 제공]
코로나19 확산에 도쿄올림픽 '암운'(CG) / 연합뉴스TV 제공]

전파력이 강한 감염증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는 양상이 펼쳐지면서 올 7월 24일 개막식이 예정된 2020도쿄올림픽과 8월 25일 시작되는 2020도쿄패럴림픽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당장 올해 도쿄에서 예정된 두 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를 수 있을지를 놓고 회의감이 배인 관측과 서방언론의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대회를 개최하는 주체인 일본 올림픽위원회(JOC)와 도쿄도(都)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확인해 보니 사실과 다른 얘기"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는 것으로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은 27일 올림픽 운영에 관한 모든 최종 결정권은 IOC가 행사하게 돼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IOC가 도쿄의 여름철 더위를 고려해 작년 11월 전격적으로 마라톤과 경보 경기를 삿포로로 옮겨 열기로 했을 당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 지사는 반발하면서도 "우리와 합의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한탄하는 것 외에는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IOC는 2020도쿄올림픽이 결정된 직후인 2013년 9월 도쿄도, 일본올림픽위원회와 함께 '개최도시계약'을 체결했다.

대회의 연기, 중지 등의 결정을 IOC 단독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규정한 이 계약은 IOC가 특별한 사정을 이유로 개최도시 측에 중지 검토를 통고하고 60일 이내에 사정이 개선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딕 파운드 IOC 위원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딕 파운드 IOC 위원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역 IOC 위원 가운데 최장 재직자인 딕 파운드(78·캐나다) 위원이 지난 26일 AP통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반영한 도쿄올림픽 강행 여부의 최종 판단 시기를 5월로 제시했는데, 이 계약 조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에 하나 계약이 파기되더라도 일본 측은 IOC에 보상이나 손해배상을 일절 요구하지 못한다고 한다.

개최도시계약에 손해배상 청구권 등을 포기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도쿄올림픽 개최를 위한 직간접 비용으로 JOC 6천30억엔, 도쿄도 5천973억엔, 중앙정부 1천500억엔 등 총 1조3천503억엔(약 15조원)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이니치는 올림픽 유치 열기가 높았던 시기여서 법률적으로 IOC에 아무런 책임을 묻지 못하는 형태의 '불평등 계약'이 맺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IOC 입장에서도 올림픽 개최 중단은 거액의 방송중계권료를 날리는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큰 결정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2월 열린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준공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총리(맨 왼쪽). 아베 총리 오른쪽(여성)은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상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해 12월 열린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준공식에 참석한 아베 신조 총리(맨 왼쪽). 아베 총리 오른쪽(여성)은 하시모토 세이코 올림픽상과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이니치에 따르면 IOC의 2013~2016년 올림픽 관련 수익은 약 51억6천만달러로, 이 가운데 중계권료로 벌어들인 것이 80%인 41억5천700만달러에 달한다.

IOC는 2014년에는 미국 NBC 방송과 2032년 대회까지 약 76억5천만달러의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IOC는 예상하기 어려운 사태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했지만 계약 불이행에 따른 손실을 전액 메워주기는 어려운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니치는 같은 이유로 올림픽 연기도 어려운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만일 올여름 올림픽을 가을로 미룰 경우 유럽과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프로 스포츠 경기와 시즌이 겹쳐 중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AP통신과 인터뷰한 파운드 IOC 위원도 "많은 나라와 각각 다른 계절, TV 중계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 단순히 '올림픽을 10월에 열겠다'고 말할 수 없다"며 도쿄올림픽을 연기해 열 가능성을 낮게 봤다.

일각에서 제기된 대체지에서 개최하는 문제도 실현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체 개최 가능성은 올 5월의 영국 런던 시장 선거에 나서는 숀 베일리 보수당 후보가 2012년 런던올림픽 개최 경험을 살려 올해 올림픽을 치를 수도 있다고 주장하면서 부상했다.

숀 베일리 영국 런던시장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숀 베일리 영국 런던시장 후보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대해 고이케 도쿄도 지사가 "코로나19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었지만, 베일리 후보의 생각대로 될 여지는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대해 일본올림픽위원회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런던시가 올림픽용으로만 지었던 임시 경기장 시설 등을 없앤 점을 들면서 지금 단계에서 런던으로 개최지를 바꾸어 올림픽을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코로나19가 유럽에서 퍼지고 있어 런던이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일본 측 입장이다.

이런 복잡한 배경에서 IOC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코로나19 정보를 공유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마이니치는 "도쿄올림픽은 계획대로 한다. 감염증 대책은 (애초 예상한) 중요한 계획의 일부로, 관계기관이 협력해 대응하고 있다. 우리는 관계기관, 특히 일본과 중국 당국이 적절히 대처할 것으로 확신한다"는 것이 IOC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주경기장으로 사용될 일본 국립경기장 전경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 주경기장으로 사용될 일본 국립경기장 전경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도쿄올림픽의 취소나 연기는 IOC뿐만 아니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정부로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나리오다.

아베 총리는 2차 집권을 시작한 직후인 2013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IOC 총회 현장으로 직접 달려가 도쿄도의 올림픽 유치를 지원했다.

아베 총리는 자신의 2차 집권 기간 내내 준비해온 이 대회를 2011년의 동일본대지진 참화를 딛고 일어선 일본의 모습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의 연기나 취소는 아베 정부의 위기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스즈키 순이치(鈴木俊一) 자민당 총무회장은 지난 26일 도쿄도 내에서 열린 한 강연에서 코로나19 영향으로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열리지 않을 경우 정치적 책임을 묻는 문제가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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