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병의 선봉장 박춘실 선생을 기리며
호남의병의 선봉장 박춘실 선생을 기리며
  • 최기춘
  • 승인 2020.02.2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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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회특집)

 박춘실 의사는 짧은 생을 살다 불혹의 나이에 순국했지만 후손들에게 큰 여운을 남겼다.그의 삶을 추적하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1875년10월13일 전라북도 장수군 계북면 임평리 백암동에서 태어났다.그의 선조들은 대대로 백암동에서 농사를 짓고 약초를 캐며 살았다.조상들은 체격이 크고 힘이 센 장사들이 많았다.박춘실 의사는 청년시절 체력이 좋고 몸이 날랬다.초가집을 뛰어넘을 정도로 민첩하여 주변애서는 박 씨 집안에 열두 번째 장사가 났다고 했다.평소 의협심이 강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일제 침략이 노골화되고 을사늑약이 체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동지들을 모아 의병활동을 하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서민 출신으로 특별한 명망도 없고 재력도 없어 동지들을 모을 수가 없었다.

 나라가 날로 망해가는 시국을 한탄하며 막막한 세월을 보내던 그는1906년4월 명망이 높은 경기도 출신 최익현 선생이 정읍과 순창에서 의병을 모집한다는 격문을 보고 한걸음에 달려가 의병에 합류했다.최익현 의병대는 정읍·태인·순창·임실·진안·곡성·장성등지에서 활동하다가 전주,남원 진위대의 공격에 동족들과는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차마 싸울 수가 없다고 의병을 자진 해산했다.의병들을 자진 해산하고 최익현을 비롯한12명의 의사들이 서울로 압송되는 모습을 보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고향으로 돌아와 뜻을 같이할 동지들을 모아 헌병대와 일본군의 총기를 탈취하는데 성공하여 총으로 무장한50여 명의 의병대를 편성했다. 1907년 경상남도 안의군 서상면 출신 문태서 장군의 의병대와 덕유산에서 통합하여 호남의병단을 창설했다.문태서를 대장으로 추대하고 선봉장이 되었다. 1908년 선봉대와 중군대를 이끌고 당시 별개 의병대로 활동 중인 신명선 의병대와 합세했다.박춘실 선봉장은 일본군 수비대를 무주군 부납면 고창 골짜기로 유인했다.유인 작전에 걸려든 일본군 수비대43명을 사살하고 무기 50여 점을 빼앗는 큰 전공을 거두어 의병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그 뒤 호남의병단은 덕유산을 거점으로 무주,진안,용담,장수,안의, 거창 등지에서 왜군과60여 차례 유격전을 벌려 연전연승했다.

 그간 많은 전과를 거두었으나 안타깝게도 의병들의 운명의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호남지역에서 활발한 의병활동으로 일본인들의 활동이 어렵게 되자 일본 총독부는1908년1만여 명의 정규군을 동원하여 의병 토벌 작전을 전개했다.보급도 원활하고 신식무기로 무장한 잘 훈련된 정규군1만여 명의 화력 앞에 우리 의병들은 지형에는 밝고 사기는 충천했지만 점점 무너져 갔다. 1909년5월8일 함양의 일본군 수비대장이 이끄는 토벌군과 계북면 문성 동북쪽의 산골에서 격렬한 교전 끝에 의병13명이 전사하고 선봉장이었던 그는 부상당해 체포되었다.

 1909년7월17일 교수형을 선고받고 전주 감옥에서1914년 탈옥하려다 실패했다.그 뒤 대구 감옥으로 이감되어 복역 중 감방 벽을 부수고 수감 중이던 동지100여 명을 탈옥시키고 본인은 스스로 순국했다.이때 그의 나이40세였다. 1977년 장수군민들의 추천으로 정부에서는 대한민국 건국공로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그의 유해는 가들에 의해 고향에 안장된 뒤 지금은 대전 현충원 고이 잠들어 있다.

 지난 10월 초 박춘실 의사의 고향을 찾았다.장수군청과 군립도서관, 계북 면사무소와 계북면 임평리 백암동 의사의 생가 터를 찾아 박 의사의 그림자라도 보고 싶어서였다.하지만 순절한 지100여 년이란 오랜 세월 탓인지 문헌에 남아있는 기록뿐 특별한 발자취를 찾을 수 없어 아쉬웠다.국가를 위해 의병활동을 했거나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나 그 후손들의 삶을 국가와 국민들이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생가 터에 자그마한 안내표시판이라도 하나 세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기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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