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문화가 바뀌고 있다
교육의 문화가 바뀌고 있다
  • 주송
  • 승인 2020.02.24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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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방 후 우리나라 교육은 국가발전이라는 큰 전제하에 진행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의 교육도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기업 위주의 기술교육과 기업중심의 인재양성에 집중되었다. 산학협력이 대학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였고 대학은 산업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표의식에 사로 잡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지역의 발전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사고의 전환에 따라 많은 부분에서 교육의 문화가 바뀌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산학협력은 산학민관협력 개념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으며 대학은 지역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지역발전의 책임을 가져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요즘 크게 화두가 되고 있는 리빙랩(Living Lab)의 선진 교육기술 벤치마킹을 위해 지난달 일주일간 네덜란드를 다녀왔다. 우리는 리빙랩을 우리가 속해있는 지역사회의 문제점을 발굴하고 지역주민, 지자체, 기업, 대학이 함께 참여해서 문제점을 해소하고 기업이 그것을 사업화 하는 교육프로그램 정도로 생각했고 하나의 새로운 교육기술로 이해하고 있었으나 네덜란드에서는 리빙랩은 교육 전반에 고르게 퍼져 있는 교육문화를 칭하는 보편적인 명칭이었다.

 네덜란드에서는 지식전달방식의 교육방식이 사라지면서 강의실이 없어지고, 심지어 교수연구실도 사라지고 있었다. 넓은 홀에서 삼삼오오 모여 토론하고 노트북컴퓨터 앞에서 뭔가를 열심히 작업하고 있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수업 중이라고 한다. 수업은 첫 30분 정도 교수가 프로젝트의 내용에 대하여 가볍게 설명하고 각자 흩어져 개별이나 그룹으로 작업하게 되고 교수는 흩어져 있는 그룹이나 개인을 돌면서 작업에 함께 참여하고 토론을 한다. 교수는 교육자가 아니라 팀원으로서 참여하고 있었다. 모르는 것은 교수로부터가 아니라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해결하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교수연구실도 없어지는 추세라고 한다. 교수가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기에 학생들의 실습장이 강의실이고 연구실이었다. 자연스럽게 교수의 연구 분야도 지역사회 문제해결로 바뀌었고 학생들은 교육과정에서 얻은 실제적인 해결방안을 가지고 창업을 하고 있었고 함께 했던 기업들은 새로운 해결방안에 투자를 통해 기업의 새로운 사업으로 확대하고 있었다. ‘Learning by teaching’(강의를 통해 배움)이라는 교육방식에서 ‘Learning by doing’(실행하면서 배움)으로 모든 교육이 바뀌고 있는 현장이었다. 이에 따른 교육과정과 교육방법, 그리고 교육환경은 크게 요동치며 변화하고 있었다.

 교육현장뿐 아니라 시민들의 의식도 함께 변화하고 있었다. 네덜란드의 인구 20만의 작은 도시인 틸버그시의 LocHal도서관은 역사가 깊은 기관차 수리공장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오래된 구조물에 현대적인 실내공간디자인으로 매우 고급스럽고 규모가 웅장한 도서관이었다. 20만 인구의 소도시임에도 도서관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빈자리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이 책을 보거나 토론을 하거나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대학의 교육현장에서 보았던 장면이 일반 대중이 모이는 도서관에서도 똑같은 현상으로 보여지고 있었다.

 실제로 문제해결을 위해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지역기업이 함께 한다는 의미가 단순한 설문조사의 대상자로 참여하는 지역주민의 참여가 아니라 참여를 통해 문제의 제시뿐 아니라 문제해결에 앞장서 해결방안을 내어 놓는 성숙한 시민참여의식이 있었기에 네덜란드의 교육문화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변화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 송<전주대 LINC+사업단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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