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단도 관례적 병폐를 벗어야
지역 문단도 관례적 병폐를 벗어야
  • 김형미
  • 승인 2020.02.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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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등’이라는 단어에 대해 곰곰 생각해보는 중이다. 한자어인 ‘갈등(葛藤)’의 어원은, 표기 그대로 갈(葛)은 칡을, 등(藤)은 등나무를 가리킨다. 갈등이 이 같은 한자로 이루어지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생래적으로 칡은 왼감기를 하며 올라가고, 등나무는 이와 반대로 오른감기를 하며 올라가기 때문이다. 하여 칡과 등나무가 같은 나무를 타고 감아 올라가게 되면, 서로 반대로 감는 성질 때문에 결국 둘 다 잘 자라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마음이 어긋나 상생하지 못할 경우 ‘갈등이 생긴다’고 한다.

 최근 전북 문단을 대표한다고도 할 수 있는 한 문학단체를 보면 참 불편한 ‘갈등’이 보인다. 애초 민족문학의 미래와 지역문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1988년 결성된 단체였다. 창립부터 지금까지 민족문학이 지향하는 올바른 역사의식과 문학의 건강한 사회적 역할들을 천명해온 단체이기도 하다.

 그런데 2020년 새 집행부 출범 과정에서 떨쳐내지 못한 지난 시절의 구습처럼 문단 이기주의 관행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엄연한 회칙에 준수하지 않고 정기총회 전에 이미 새 집행부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거기에 일부 기존 임원진을 포함하여 일을 진행시켜 불협화음을 조장했다.

 이에 기존 집행부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더욱 어처구니없었던 것은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도 없었다. 이는 민간보조금 등의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단체로서의 위상은 물론 신뢰성을 크게 훼손시켰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시기에 전국적으로 중앙 본회는 물론 각 지회 지부에서 새 집행부가 꾸려졌지만, 유독 전북지역에서만 문제가 드러나게 된 것은 전북 문단에 부끄러운 자화상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여 이러한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공개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잘못을 알고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모두가 묵인으로 일괄하고자 하는 집단의 태도는 너무도 구시대적인 처사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새 집행부 결성 과정에서 빚어지는 일들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단체를 위한다는 허울 아래 쉬쉬하며 회원의 권리를 짓누르는 것은 구시대의 유물이라고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넝쿨식물은 줄기를 뻗어 감는 방향이 정해져 있다. 이를테면 나팔꽃은 반드시 왼쪽으로 휘감고, 인동은 오른쪽으로 휘감아 돌며 자라는 특성이 있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모습이지만 자연은 이처럼 나름대로의 법칙이 있는 것이다. 법칙을 위반하거나 무시하게 되면 일이 서로 까다롭게 얽혀 풀기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

 사람이 살다 보면 굳이 조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서로에 대한 공경과 예로 맺어진 믿음이자 신뢰이다. 믿음과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미 그 만남은 생명력을 잃는다. 사람이 병든 것을 치(痴)라고 한다. 즉 지혜가 병든 것이 가장 어리석다는 뜻이다. 하여 불가에서도 탐·진·치 삼독 중에 제일 무서운 것을 치라 하지 않던가.

 올 들어 저작권을 3년간 양도하라는 주최측 요구를 따를 수 없다며 이상문학상을 거부한 이들이 있다. 관례적 병폐에 항거하여 한국문학에 족적을 남길 수 있는 기회를 놓아버린 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관행을 방패 삼아 버티던 기존 문단을 통쾌하게 아웃시킨 셈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한국문학사에 정말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곪은 속은 언제든 터지게 마련이다. 안의 갈등을 풀어야만 보다 거시적인 안목과 지혜로 현명한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하여 문학인의 권익과 복지를 지켜내고, 무엇보다 세계문학 속에서 참다운 민족민중문학을 이룩하는 일에 앞장서왔다고 자부하는 문학단체가, 문학인들이 되었으면 한다.

 봉준호의 힘은 제작 스탭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존중하는 문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이제 전북 문학을 이끌어가는 단체의 위상만큼 소통과 투명성을 가지고 민주적으로 환골탈태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형미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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