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시리즈> 표고버섯으로 순창에서 인생 2막 오태석씨
<귀농귀촌시리즈> 표고버섯으로 순창에서 인생 2막 오태석씨
  • 순창=우기홍 기자
  • 승인 2020.02.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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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군 풍산면 호성마을
오태석씨

 순창군 풍산면 호성마을에서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오태석(53)씨는 서울 토박이다. 과거 서울에 있는 특급호텔 총괄팀장으로 일하다 순창으로 와 지역을 대표할 만한 농부로 대변신했다.

 그는 순창으로 오기 전 인근 전남지역에서 혹독한 시련도 겪은 바 있다. 현재는 표고버섯 선생님으로 전국에서 선진지 견학까지 올 정도다. 지난 21일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재배사)에서 그를 만났다.

 ▲서울토박이가 순창 대표 농부로 변신

 오태석 씨는 현재 표고버섯 재배사 3동을 경영하는 어엿한 CEO다. 일요일과 화요일, 목요일에는 공판장(가락시장)으로 버섯 출하를 위해 서울을 오가기 때문에 어렵사리 만날 수 있었다.

 현재 그는 표고버섯 재배사를 운영하는 CEO지만, 과거 이력을 들어보면 농사와의 인연은 전무 해보였다. 실제 시골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간 것이 아니라 애초 ‘서울토박이’다. 45세까지 서울에 있는 특급호텔에서 총괄팀장으로 사회생활을 오래했다.

 농부와 인연이 없을 줄 알았던 그를 지금의 자리로 이끈 건 아내였다. 호텔리어로 40대 중반의 나이에 은퇴한 후 세 차례 개인사업에 도전했으나 번번이 실패도 경험했다. 그때 아내가 귀농을 권유한 것. 다시 한 번 마음을 추스른 후 그는 전국을 돌면서 귀농에 대한 여러 가지를 살폈다. 그 결과 첫 번째로 터를 잡은 곳은 전남의 한 지역이었다.

표고버섯 재배사 등 농장 모습
표고버섯 재배사 등 농장 모습

 ▲농부로 첫 번째 쓴맛을 보다

 귀농을 생각하고 지난 2016년 전북 완주에서 트랙터 교육을 받던 중 그의 귀를 솔깃하게 한 것은 표고버섯이었다. 당시 그는 약도라지 재배를 해볼까 하던 찰나에 교육장에 온 지인의 권유로 표고버섯의 수익성이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표고버섯으로 관심을 돌렸다.

 귀농작물로 표고버섯을 결정한 그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전남의 한 표고버섯 농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1년 동안 착실히 일을 배워가며 재배기술 등 노하우를 쌓아 자신감이 붙은 그는 7천여만원을 투자해 버섯 재배사를 직접 운영했다.

 하지만, 2017년 1월의 겨울은 그에게 혹독한 시련으로 다가왔다. 재배사인 비닐하우스는 당시 혹독한 추위를 견디지 못했다. 버섯은 생각만큼 자라지 못해 상품성도 떨어져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이 토지주와 이견도 있어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지 못하고 다른 귀농지를 알아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순창에서 농부로 화려하게 새 출발

 전남지역에서 실패를 맛본 그는 재기를 노렸다. 이때 물심양면으로 큰 도움을 준 멘토가 있다. 구례에 있는 ‘구례팜’의 한우연 대표다. 한 대표는 호남권에서는 알아주는 표고버섯 재배 선두주자로 알려졌다. 실제 그가 출하한 표고버섯은 서울 가락시장 공판장에서 최상위권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소문이 파다하다. 한 대표의 오태석 대표에 대한 여러 도움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특히 과거 재배사가 있던 곳 날씨가 버섯을 재배하기 좋은 기후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던 터라 그곳과 비슷한 기후인 순창군 쌍치·복흥·구림면 등에서 토지를 물색했다.

 마음에 드는 토지는 찾기 어려웠고, 찾더라도 금세 새로운 주인이 나타났다. 지금의 버섯 재배사 부지도 매물로 나와 토지주를 찾았으나 벌써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후였다. 이제 순창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눈길을 돌리던 순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토지를 산 전 토지주가 몸이 좋지 않아 더는 농사짓기가 어려워 다시 되판다는 연락이었다. 더 큰 행운은 그가 사려고 했던 가격과 비교하면 금액이 저렴해졌다는 것. 당장 토지를 사들인 그는 지금의 부지에 비닐하우스 3동의 재배사를 지었다.

 현재 전체 재배사 3동에서 3만개의 배지를 통해 표고버섯이 자라고 있다. 1년에 3∼4주기 수확으로 주기마다 평소에는 1천500만원∼2천만원 가량의 소득을 올린다. 여러 환경이 좋으면 주기 당 3천만원의 수익도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물론 그가 출하한 표고버섯은 서울 공판장에서 최상위권 상품으로 이름이 높다. 1년 동안의 수익은 중견기업의 간부급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보인다.

블루베리 전지 모습
블루베리 전지 모습

 무엇보다 그를 찾았을 때 놀란 것은 3개의 재배사를 관리하는 인원은 오씨와 아내 단 둘뿐이었다는 점이다. 규모 면에서 둘이 하기에 어렵지 않을까 생각됐지만, 그는 둘이서 할 수 있을 정도로 배지에 참봉작업(배지에 수분을 공급하는 일)을 통해 버섯의 생산량을 조절해 적정 수준만큼 생산한다고 했다.

 더욱이 시골에서 인력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인건비 탓에 수익성에서도 비효율적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버섯재배는 시설투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설이 버섯재배의 50%가량은 좌우한다고 말할 정도다.

 실제 그의 비닐하우스 재배사 내부를 보면 문이 3중이다. 겨울철 난방과 여름철 냉방 등 두 가지 효과를 모두 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비닐하우스는 모두 돌아본 그가 고심 끝에 만든 것이다. 이제는 전국에서 그의 비닐하우스를 보고자 한 해에 100여명 가까이 찾을 정도다.

 ▲체험·교육장으로 확대 희망

 버섯을 재배하며 농부로 이제 자리를 잡아간 그를 보고자 전국에서 교육생이나 체험객이 몰리고 있다. 그는 새로운 목표로 재배사 인근에 교육장을 짓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많은 노력과 연구 끝에 성공한 것이라 이제는 그에게 농사를 배우고 싶어 지역 내 토박이 농부들도 그를 찾는다.

 기술과 경험을 쌓은 그는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 귀농인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귀농하는 대다수가 빚을 내고 농사를 시작하다 보니 실패하는 모습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이제 점차 도시에서 오는 체험객들도 늘어 버섯장아찌나 버섯재배 방법 등 버섯을 이용한 다양한 농가체험도 가능하다고 했다. 순창에서 새롭게 인생 2막을 시작한 그의 희망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순창=우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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