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모가지 올라오면
농민들의 얼굴에 멍색이 짙어지고
하늘은 수수모가지를 내려다보았다
새벽부터 끌려나가 나락모가지 콩꼬투리
수수모가지를 세어다가 보고했던
숫자를 지켜야만 했다
남아도 모자라도 수확하는 날은
총대에 맞고 구둣발에 짓이겨져
혼절한 순간이 차라리 좋았다
그 악랄함 앞에서
골이 돌고 피가 거꾸로 돌아도
놈들을 몰아내고 쓰러뜨릴 때까지만
살게 해달라고
기절을 기도의 순간으로 삼았다
할아버지 무릎에 누워
일제 강점기 때 수탈의 이야기를 듣고
이석용 선생님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많은 독립운동 희생자들을 어찌 다 말로 하랴
살아있는 것이 부끄럽다 부끄럽다 하셨던 할아버지
말씀을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들은 온갖 괴롭힘과 수탈을 일삼아도
이석용 선생의 정신과 28의사는
마이산 성수산에 영원히 살아있다
황송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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