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제는 빠른 태세전환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이제는 빠른 태세전환이 필요하다
  • 김형준
  • 승인 2020.02.19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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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만 해도 안정되어 갈 것 같았던 코로나19 감염증 사태가 주말을 거치면서 전혀 다른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그동안 방역당국의 감시하에서 발생하던 사례를 벗어나 감염경로가 파악되지 않는 감염자가 하나, 둘 발생하더니, 급기야 하루사이에 대구경북에서 무려 14명의 집단 감염확진자가 나오면서 그동안 선방에 가까운 대응을 하던 방역당국을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이제는 1차(해외감염자의 국내유입), 2차(해외 감염자에 의한 국내 감염), 3차(파악된 국내감염자에 의한 국내감염) 감염에서 이른바 불특정 감염원에 의한 지역사회 감염인 4차 감염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의 감염원이 유입을 최대한 차단하고, 국내의 감염확진자의 접촉자 등 감염 고 위험군을 관리하는 것을 방역의 목표로 해왔다면 이제는 지역사회 감염자를 조기에 선별 진단하고 적극적인 격리치료를 통해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역시 이러한 점을 전제로 그동안 해외 여행력이나 감시대상자 중 의심증상이 발생할 때만 실시하던 코로나19 바이러스 진단검사를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적극적으로 진단검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검사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현재 52개에서 200여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일반 감기나 독감 그리고 코로나19 감염증이 초기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현재로서는 개인의원이나 중소병원은 사실상 모든 호흡기 증상 환자를 검사할 수도 없고, 진단 가능한 의료기관도 그 많은 환자를 다 검사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아무튼 이제는 지역사회 감염을 전제로 방역의 방식과 각급 의료기관의 대응 전략이 새롭게 마련되어야 할 때이다, 지역사회 감염의 초기진화 핵심은 환자의 조기발견과 격리로 보고 어떻게든 호흡기 증상을 보이는 일반 환자에 대한 진단을 강화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은경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정례브리핑에서 “우한발로 시작된 유행이 2차, 3차 감염자를 통해서 전염되던 것이 이제 다른 양상의 유행으로 진행되는 국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입국자 검역과 접촉자 자기격리 등 봉쇄전략을 추진하는 동시에, 지역사회 감염 대비책을 같이 가해야 하는 시기”라고 덧붙였다. 많은 전문가들도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고 보고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환자 폭증에 대비해 의원급까지 대응에 참여토록 하는 한편, 중환자는 대형병원이 치료를 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공공기관과 보건소, 병원 등 500여 곳에 선별진료소가 설치돼 있는데 이 수준으로는 감당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지역감염이 시작되면 환자 수가 늘고 감기환자도 코로나19인지 아닌지 고민해야 할 단계가 되면 중소병원과 의원급도 코로나19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며 “중소병원이나 의원급이 나서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과 안전대책 등 구체적인 방안을 미리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지역사회 내 감염이 확산하고 환자가 많아지는 순간에는 발견된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가 중요해진다”며 “공공 의료기관만으로는 안 되고 민간의 대형병원까지 중환자를 잘 배분해 중증도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의원이나 중소병원급의 의사들은 마스크 외에는 사실 경증이라도 코로나19 감염증 환자로부터 자신의 감염을 보호받으며 진단과 치료할 만한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적어도 폐렴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흉부CT 촬영이 가능하고, 음압격리 병실이 있는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에 선별진료소 설치를 지원하고 병상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급 의료기관과 국민에게 발열 및 호흡기 증상이 발생 시의 행동요령을 만들어 전달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현재까지의 여러 임상자료와 경과를 분석해 보면 코로나19가 전염력을 매우 강한 반면 과거 사스나 메르스보다 심각도나 치명률은 높지 않아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의료체계와 기술이라면 충분히 극복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생각지 못한 코로나19의 습격으로 국민의 건강뿐 만아니라 경제와 사회분위기까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일단 지금은 누구 탓을 하기보다는 방역을 책임지는 정부,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인 그리고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을 위해 노력하는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 이 위기를 극복하길 기원해 본다.

 김형준<의료법인 지석의료재단 효병원 진료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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