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꿈꾸던 나만의 시골집 만들기…황지호 씨의 ‘산전수전 겪지 않고 시골집 고치기’
마음 속 꿈꾸던 나만의 시골집 만들기…황지호 씨의 ‘산전수전 겪지 않고 시골집 고치기’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2.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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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골집을 수리하거나 경량목조주택을 새로 지을 예정인 사람이라면 주목할 만한 책이 출간됐다.

 다음카카오 ‘브런치’에 기고해 80만 뷰를 기록한 황지호씨가 직접 집을 고치고 짓는 과정에서 얻은 생생한 경험담을 ‘산전수전 겪지 않고 시골집 고치기(흐름·2만3,500원)’에 담은 것이다.

 책에 소개되고 있는 중심 건물은 진안에 있는 ‘서이당(書以堂)’이다. 저자가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집인데, 저자는 한옥인 서이당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경량목조주택인 ‘열화당(悅話堂)’을 신축한다. 서이당에 대한 보조적 역할을 담당하고 작은 도서관을 염두하며 이를 지은 것이다.

 책은 저자가 집을 짓고 수리하는 과정에서 건축 도중 발생하는 고민을 토로하거나 의견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책의 전반부는 시골집을 찾거나 새로운 집터를 구하려는 사람들에게 14가지의 조건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풍수지리적인 조건을 포함해 현실적인 진단을 위한 사항들도 제시된다. 덧붙여 피해야 할 집터와 집을 실리적인 관점에서 다룬다. 이는 기존에 지어져 있던 시골집뿐만 아니라 새로 집을 짓기 위해 터를 마련할 때도 도움이 될만한 조언들이다.

 책의 후반부는 공사 과정이 사진과 함께 공사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날짜별로 전개된다. 저자 본인이 인부가 되어 공사에 참여하면서 유의할 점이나 의문 나는 점, 재료나 공정의 장단점 혹은 실수와 잘못된 선택도 같이 언급함으로써 독자가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다. 공사의 시작과 끝의 인과관계 속에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제시하려 노력한 저자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부록에서는 공사비용과 서이당 상량문의 글자에 담긴 의미를 다룬다. 비용은 날짜별, 항목별, 공정별로 인건비와 자재비 등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집을 수리하거나 새로 지을 계획이 있는 독자들에게는 아주 유용한 정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실무적인 부분 외에도 한옥을 비롯한 민가가 품고 있는 선조들의 지혜와 인문학적 지식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다 보면 자연스레 인간에게 ‘집’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옛집을 보존하고 수리한다는 의미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이 생긴다. 어쩌면 낡은 집을 허물지 않고,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복원하기 유리하도록 수리하는 저자의 방식이 이해가가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옛집을 보존하려는 인식은 그 집을 지은 목수와 거기에 머물던 민중들의 삶과 가치관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에게는 옛집, 그 자체에 담긴 추억이 있었다.

황지호씨는 국어교육학과 신문방송학을 공부하고 ‘2014 우수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에 선정돼 ‘잠수함 속 토끼’라는 인문서를 출간했다. 줄곧 인문학과 관련된 글을 썼고, 학원에서 국어와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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