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4관왕으로 한국영화의 역사를 새로 쓴 봉준호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이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전주국제영화제 특별 뉴스레터를 통해 공개된 20년 전 봉 감독의 풋풋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은 최근 ‘봉준호 감독의 역대 전주국제영화제 방문기’를 뉴스레터 특별판으로 구성해 공개했다.
이 뉴스레터에는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장편 데뷔작으로 참여했던 봉 감독의 풋풋한 모습부터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영화계의 거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마스터클래스’참여기까지 전주와 함께한 그의 행보를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봉 감독은 지난 2000년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로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의 ‘한국경쟁’섹션에 초청됐다.
당시 ‘지리멸렬’ 등의 단편으로 영화계의 큰 주목을 받았던 봉 감독은 ‘플란다스의 개’에서 일상의 단면을 섬세하게 살려낸 연출력을 보여주면서 시네필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봉 감독은 주연배우 배두나와 함께 영화제에 참석해 관객과의 대화(GV)와 야외무대행사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시네필은 물론, 전주 시민과도 가까이에서 소통하는 친밀함을 보여주었다.
봉 감독과 영화제의 인연은 4년 후 더욱 긴밀해졌다. ‘제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영화제의 대표 브랜드인 ‘디지털 삼인삼색’의 프로젝트에 유 릭와지, 이시이 소고 감독과 함께 참여한 것이다.
당시 봉 감독은 전주국제영화제의 제작지원으로 ‘인플루엔자’라는 작품을 완성했는데, 내리막길을 향해 달려가는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싼 풍경을 무심한 CCTV 카메라를 통해 따라간 작품이다.
‘인플루엔자’는 올해 1월 뉴욕링컨센터에서 개최된 ‘The BONG Show’에서 상영됐다. ‘The BONG Show’는 봉 감독의 장편과 단편 전작을 아울러 상영한 회고전 형식으로 기획돼 주목됐다. 전주국제영화제 또한 봉 감독과의 인연을 통해 전주시네마프로젝트를 알릴 수 있는 한편, 링컨센터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도 지난 2008년에는 심사위원으로 분하며 전주를 잊지 않고 찾았던 봉 감독은 2년 뒤에는 거장의 모습으로 전주에 나타났다. 이미 자신이 만든 영화 ‘괴물’로 그 자신도 영화계의 ‘괴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봉 감독은 지난 2010년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의 ‘마스터클래스’에서 포르투갈의 페드로 코스타 감독과 함께 마스터로 참여했다. 당시 봉 감독은 ‘마더’, ‘괴물’, ‘살인의 추억’, ‘플란다스의 개’ 등 자신의 영화 4편의 처음과 마지막 장면만을 모아 상영한 후 도입과 결말이 영화 전체와 어떻게 맞물려가는지를 클래스를 통해 흥미롭게 풀어내면서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찬사를 받기도 했다.
김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