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수 없는 계단은 단절된 꿈
오를 수 없는 계단은 단절된 꿈
  • 이소애
  • 승인 2020.02.13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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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 소식을 기다리는 국민을 공포에 떨게 한 국내 코로나19는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두렵게 하였다. 그래서인지 확진을 받은 환자가 퇴원한다는 소식은 실오라기 같은 안도의 숨을 쉬게 한다.

 전 세계에서 발병하는 코로나19 환자의 현황은 열어놓은 창문 틈새를 공격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숨이 막힐듯한 바이러스의 공포를 단숨에 차단한 소식이 있었으니 바로 세계 영화 역사를 새로 쓴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석권이다. 영화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석권했으니 이는 세계 영화사의 큰 사건이다.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석권에 이어 영화 <기생충>이 할리우드에 입성해 최고의 상을 거머쥔 소식은 대한민국 국민소득 3만 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기쁨을 안겨주었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을 때 영화 <기생충>을 두 번째 감상했었다. 왜?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었는가를 공감하기 위해서였다.

 더욱 매력적인 관심은 빈부 격차의 계급 갈등이라는 어둠을 뚫고 과연 나의 삶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저울에 달아보고 싶었다. 자본주의와 빈부 격차의 문제점을 다룬 영화여서 가난으로 추락하는 세계인들의 마음에 위로를 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야말로 초호화 저택에 사는 부잣집과 반지하에 사는 가난한 가족과 차별화하는 ‘냄새’에 마음이 꽂히자 화장대에 놓인 향수가 매일 내 손을 귀찮게 하였다. 왜냐하면, 가난의 ‘태’를 감추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의 공간에는 가파른 계단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자 세 번째 <기생충>을 감상하도록 유인했다. 집 안의 계단, 계단은 나의 꿈을 키우도록 충동했던 학창 시절을 떠올리게 하였다.

 계단이 있는 집 가족들은 제빵 집 쇼윈도우에서나 구경 할 수 있었던 빵을 간식으로 먹고 있었다. 그 번질번질한(?) 빵 한 조각이라도 나의 입에 넣어주었다면, 그 빵의 맛을 체험해 보았다면, 나의 희망은 계단이 있는 이층집이 아니었을 거다.

 그런 후 학창 시절 계단이 있는 집에서 사는 것이 희망이었으며 부자가 되는 꿈이었다. 계단을 오르고 내리는 소리가 마치 피아노 건반에서 울리는 소리처럼 웅장하게 들렸다. 들리는 소리에 악보를 머릿속에 그려 넣으면 오케스트라 공연을 상상하도록 꿈은 커졌다.

 날마다 아궁이에서 연탄 냄새를 맡아야 하루해가 진다. 그러나 계단이 있는 집은 윙윙 보일라 소리가 나면 금세 방이 뜨거워지는 마법의 집이었다. 나의 희망은 다급해졌었다. 이층집에 사는 꿈을 옆구리에 끼고 공부를 했었다.

 매월 방세를 주지 않으면 뚱뚱한 주인아줌마는 우리 집 마당을 들락거렸다. 그럴 때면 숟가락을 들고 식사하시는 아버지 손 떨림이 나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기생충>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엄에 관한 영화다’라고 해서 그 존엄성을 공감할 때까지 감상하려고 한다.

 <기생충>의 가족들을 생각하다가 문득 빨간 공중전화 부스가 떠올랐다. 동전을 넣고 전화를 걸다가 거스름돈이 막 쏟아져 나오는 횡재가 있었던 공중전화기였다. 수화기가 위에 올려져 있으면 빨리 들어가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돌렸다. 전화기에 동전이 있다는 숫자를 보고 오랫동안 연락 못 한 친구에게 번호를 돌렸다. 수십 년 전 내가 살아온 환경이 그립다. 공중전화 부스는 갑자기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피난처였다.

 정보에 어두운 시대라서 가난과 부자를 저울로 달아 본 적이 없었다. 그냥 열심히 살았었다.

 점점 빈부의 격차가 심해서 열등감에 시달리는 우울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고민해 본다. 영화 <울지마 톤즈 2, -슈트란 바바>에서 고통도 삶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열정을 행복으로 만들고 그 행복을 사람들과 나누며 사는 이태석 신부의 삶에 산란했던 마음을 가다듬어 보았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면 그 순간부터 “당신의 거룩함이 나에게 드러나게 하소서” “당신의 음성은 나의 음성으로 들리게 하소서”라고 하는 깨달음을 주는 영화였다.

 이소애<시인/전주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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