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양극화 문제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노동양극화 문제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 윤진식
  • 승인 2020.02.12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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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누리는 노동정책이 되어야 한다.

 최근 새로운 노동정책들이 빠르게 도입이 되고 속도감 있게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동개혁정책들의 방향성에 대하여 마냥 편하게 지켜볼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은 마음이 필자만의 소회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로 부자와 빈자 사이의 소득격차가 더욱 확대되고 중산층이 점점 줄어드는 이른바 ‘양극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이 되고 있는데, 특히 노동양극화로 인한 문제는 개인적 소외와 빈부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그 심각성을 더한지 오래되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도래를 선언하고 있는 지금, 그 방향으로 모두의 시선들이 모아지고 있지만, 아직 산업구조가 고도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양극화와 그로 인한 문제들이 여러 영역으로 분화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노동현장에서의 양극화 문제는 고용형태별(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업체간, 기업규모별(고용된 근로자수)로 그 양태가 점점 세분화되어 이제 노동현장에서의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전체의 문제로 비화 된지 이미 오래이며, 여러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임금 노동자의 절반 이상인 56%가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비정규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런 노동시장의 구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에 해당할 정도의 심각한 상태이다. 같은 회사에 소속되어도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차별은 피할 수 없다. 그리고 원·하청 간의 노동자도 그 소속이 원청에 소속이 되었느냐, 아니냐의 구분만으로도 거의 모든 근로조건에서 차별을 감수해야만 한다. 같은 시간에, 같은 내용의 일을, 같은 장소에서 해도 소속이 다르고, 사업장 규모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법적 보호 장치에서 차별적으로 적용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는 사회정의에도 반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오히려 이러한 차별이 상존하고 심화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에 대한 법적·제도적 안전보호 장치들이 더욱 중첩적으로 마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정책들은 그 본질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대기업, 공공기관, 공기업 등은 대부분 거대 노조를 결성하여 그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으며, 이들의 단단한 결속력은 정치, 경제적인 분야를 넘어 다방면으로 그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낮은 노조 결성률을 가진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다시 노동자 5인 미만, 10인 미만, 30인 미만 사업장별로 각각 달리 노동법 적용이 되고 있는 법 적용 체제로 인하여 더욱 열악해지는 자신들의 근로조건 등의 상황을 지켜보아야만 한다. 임금, 직업훈련,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 등에 있어 대기업 정규노동자들과 중소기업, 비정규 노동자, 그리고 원청과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 간의 불평등구조는 날로 심화되어가고 있다. 주52시간제가 도입이 되고, 휴일 적용이 확대되어도 언제나 연차적, 차별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더욱이 상시근로자 5인 미만의 영세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이러한 모든 정책들이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영세기업의 노조 결성률은 대기업 노조들에 비하여 턱없이 낮다. 이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거대노조에서 전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상향시키는 방향으로의 노조활동들이 이루어져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정부의 노동정책의 방향은 명확하게 정해진다. 새로운 노동정책들을 양산하는 것보다는 기존에 입법화되고 제도화된 노동보호 정책들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행정력이 집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부의 노동정책은 중소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면서, 중소기업 소속 노동자들이 노동법에 정해진 최소한의 보호조치들이라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만드는 일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정책의 기조가 노동 보호영역의 공유부분이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중소기업들에 대한 집중적인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물론 노동운동 방향의 재정립도 역시 거시적 관점에서 폭넓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조직력이 약하지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소외 노동자’들을 위한 집중적이고 확장적인 노동운동의 선택적 집중추진 목표를 정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여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다. 우리 모두가 다함께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사실 노동운동의 목표이면서 정부 정책추진의 제1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릇 모든 정책은 적용에 있어서 보편성이 있어야 하고, 또한 그 내용에서 타당성이, 수혜자 입장에서는 공평성이 담보되어야 그 제도적 성과를 내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가 함께 행복을 누리는 나라가 나라다운 나라가 아니겠는가!

 윤진식<신세계노무법인 대표노무사/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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