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화된 혐오 그리고 인정
기호화된 혐오 그리고 인정
  • 이윤애
  • 승인 2020.02.11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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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한 폐렴으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소식들로 각종 미디어는 물론이고 온라인과 SNS에서도 연일 호들갑이다. 정부는 확진자가 몇 명 발생했고 이들이 누구와 접촉했고 어디를 방문했는지 어떠한 감염경로를 통해 발병되었는지 상세히 알려준다. 접촉한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다녀간 곳은 어떠한 처분을 했는지 이들의 동선 안에 있는 지역사회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해준다.

 전북지역에서도 확진환자가 한 명 발생하였고 인근 지역에서도 연쇄적으로 확진자가 나오면서 접촉자와 지역사회를 동일한 수준에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우리 센터도 다중이용시설이라서 건물 전체에 대한 방역은 물론이고 체온측정기와 손소독제, 마스크 등을 비치해 두었으며 다중대상 프로그램과 행사들을 잠정연기하면서 예방을 위한 조치들을 하고 있다. 조금의 불편이 따르더라도 감염의 확산방지와 지역사회 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와 자치단체들의 조치들과는 별개로 일부 매체들과 온라인, SNS를 중심으로 생성되는 가짜뉴스와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은 사회적 불안감과 막연한 공포를 증폭시키고 특정한 대상에 대해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이 주로 모여 사는 곳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마치 이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자인 것처럼 혐오프레임을 씌워 생중계하듯이 보도한다. 하루에 수십 수백 건씩 떠돌아다니는 가짜뉴스들과 확진자와 주변사람들에 대한 인적정보들이 무방비한 채로 범람하고 급기야 특정지역에서 발생한 감염사례를 두고 지역혐오와 조롱을 서슴지 않는 일부 행태들은 우리 사회 후진적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순간이었으나 안타까웠던 모습은 우한 거주 교민들을 귀국시켜 잠복기 동안 잠시 머무르게 하려던 시설이 소재한 지역주민들과 해당 지역구 정치인들이 보여줬던 장면이었다. 다행히 정부와 전문가들의 설득과 건강한 시민의식의 발로로 무난하게 합의되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유사한 현상에 대해 보여주는 작동방식이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글도 원래는 다른 주제였었다. 그러나 엊그제 한 매체에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한 환자가족의 인터뷰를 읽고서 글감을 바꾸었다. 그때 감염환자와 가족을 대하는 방식에 비해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와 가족 그리고 접촉자를 대하는 방식에서 우리 사회가 성숙했는가에 대한 질문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의 나아지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환자의 아내가 인터뷰 중에 정부와 병원 그리고 사회가 “남편을 ‘바이러스’ 취급했다”는 말이 가장 가슴 아팠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피해자이지만 인격, 자존감, 인간다움이 삭제된 채 그저 ‘바이러스’였다. 우리 사회는 종종 다양한 대상에게 차별과 배제의 근거를 위한 딱지 즉 기호화된 혐오의 언어를 만들어 배척하고 멸시한다. 성별, 인종, 장애, 계층, 오염 등 경계지워지고 만들어진 혐오의 대상들은 무수히 많다. ‘○○녀’와 같은 기호들처럼. ‘○번 확진자’로 표식되고 감염경로를 그려낸 도식들도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전문가들도 이번 신종 코로나사태에서 감염병 방역활동의 성패는 배제와 차별이 아닌 포용과 인권보호에 달렸다고 주장한다. 다행스럽게도 SNS를 중심으로 확산한 ‘우리가 아산이다(We are Asan)’ 해시태그 운동은 성숙한 시민의식의 발로였고 연대를 통한 사회적 갈등문제해결의 모범이 되었다. 우한지역에 남아있던 교민들을 태운 비행기가 3차로 입국한다고 한다. 이들이 머물게 될 숙소의 인근지역민들은 ‘어려울 때 함께 해야 한다’며 차분한 일상을 보낸다고 한다. 우리로 인정되는 순간이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이윤애<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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