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은 어떻게 보관하나요?
작품은 어떻게 보관하나요?
  • 박승환
  • 승인 2020.02.10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한민국 최고권위 미술상인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인 이주요작가를 동경한다는 후배작가의 질문이라고 한다. 여러 번 이야기했듯이 필자는 전통문화의 도시 전주에서 국제사진축제를 집행하고는 있지만,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해왔던 작가이기도 하다. 요즘은 작품 창작 및 보관을 위한 창고를 살펴보는 중이다. 수년, 수십 년 동안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그다지 많지도 않은 작품들의 관리가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다. 첫 문장에서의 질문에 대한 수상 작가의 대답은 지금의 내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전시는 짧고 창고에 있는 시간은 길어요” 선택받지 못한 작품들은? 아마도 쓰레기처럼 버려지거나 작가의 작고 이후에나 빛을 발할 수 있을까? 주변의 동료작가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해봤지만, 그들 역시 같은 고민거리를 창작활동과 함께 짊어지고 가는 중이다. 물론 그 수상 작가는 그 질문과 대답이 모티브가 되어 새로운 창작 전시공간이 탄생했다고 한다. 작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작가들이 가장 고민하고, 가장 원하는 것은 창작공간과 전시공간, 그리고 작품의 보관 장소이다. 판매 및 유통은 그다음 단계로 중요하다. 밥보다 창작이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문화예술을 지향하는 지역의 기관에서는 예술가들을 위한 정책이 무엇이 우선 되어야 하는가를 쉽게 알 수 있는 판단의 기준으로 부족함이 없다. 지난번 품격 있는 도시를 판단하는 기준이 미술관, 전시관의 숫자와 비례한다는 글을 올렸다. 기관에서 직접 손대기 어려운 작가들의 창작활동 지원의 역할을 사설 전시관 등에서 나눠서 대신하고 있다. 작품 활동이 활발한 작가와 그들이 창작한 작품을 발표하는 전시장은 피를 나눈 형제 같은 사이다. 사립으로 갤러리, 미술관 등을 운영을 위해서는 물질적, 정신적으로 상당한 공력이 들어간다. 운영자들 즉, 이름하여 관장들은 어렵게 설립한 전시장들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을까? 사실 답이 없다. 전시장 운영비의 효율성을 위해 고육지책으로 갤러리 카페 형식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다. 전시공간의 활용보다는 카페의 분위기를 위한 인테리어의 한 부분으로, 또는 카페수익을 위해 설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갤러리 카페가 아닌 “카페 갤러리”라고 불리는 것이 맞다. 전시장 운영은 사명감과 그 설립취지가 분명해야 하며 정체성 또한 명확해야 한다. 한편으론 카페에 작가들의 작품을 걸어준다는 발상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다. 정규전시장의 경우, 일부는 기관 등에서 약간의 보조금을 받기도 하지만, 현장 인터뷰를 해보면 운영비로서는 어림도 없을 정도로 적고 까다롭다. 정산 처리의 부담만 가중되어 포기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는 말도 전한다. 지역기관은 전문성을 겸비한 작고 알찬 사설 전시장들에게 주목해야 한다. 그들과 연대하고, 자주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바로 그들이, 그들의 전시장이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동시에 도시의 품격을 높여주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서 기업 및 지역 대학 등에서도 자체적인 예술문화 재단설립 외에도 사설 예술단체 및 전시관 등을 위한 메세나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언론에 소개된 기사내용으로 ‘기업과 예술 만남 결연식’ 프로그램은 올해 192쌍의 기업과 예술단체를 탄생시킨 사례로 기업이 예술단체 등에 지원하고, 그 금액에 비례해 추가로 정부지원금을 제공하는 매칭 펀드 프로그램이 소개되었다. 예술문화를 창출하고 품격을 높여주는 작지만 알찬 지역의 전시장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함께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그들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는 호흡이 길어야 한다. 길게 보면 세대가 바뀌어야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다만, 그 투자에 대한 성공확률은 100%다.

 박승환<전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전주국제사진제 운영위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