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비상사태에도 졸업식 강행하라…전북도교육청 위기의식 어딨나
국가 비상사태에도 졸업식 강행하라…전북도교육청 위기의식 어딨나
  • 김혜지 기자
  • 승인 2020.02.0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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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여파 속에 전북도교육청이 졸업식을 계획대로 진행하라는 공문을 보내 충격을 안기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대규모 행사 자제를 권고하고 있지만, 도교육청은 일부 학부모들의 민원이 있다는 이유로 역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전북도교육청은 최근 각급 학교에 군산지역을 제외한 감염병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은 지역은 졸업식·입학식을 처음 계획한 대로 정상운영 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지난달 말 ‘졸업식·입학식 등 반별 진행 권장’ 내용의 공문을 전달한 지 불과 8일 만에 지침이 뒤바뀐 것이다. 졸업식이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학교 현장에서는 또다시 의견수렴을 거쳐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대규모 행사로 다시 진행하기엔 시간이 촉박하고, 여전히 감염 확산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선 학교에서는 오락가락하는 도교육청 지침에 혼란이 가중되는 분위기다. 전주 A초등학교 관계자는 “긴급회의까지 열어서 학부모들 방문까지 자제해달라는 안내문까지 보냈다”며 “졸업식 준비에 필요한 예산도 학급별로 편성했는데 이제 와서 대규모로 하라면 어떡하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B중학교 관계자는 “비상사태일수록 상급기관의 지침이 무엇보다 중요한 데 도교육청은 입장이 여러 번 바뀌니까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일단 감염병 위기 단계이고 14일 졸업식까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축소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도내 한 학교는 교육청 지침대로 강당에서 진행키로 했다.

C초등학교 관계자는 “교육부 방침과 다르더라도 일선 학교들은 도교육청 지침에 따를 수밖에 없다”며 “혼란이 컸던 건 사실이지만, 어쩔 수 없어 급하게 대규모 행사 졸업식으로 전환하고 학부모들에게도 다시 안내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한 학부모는 “한 번뿐인 졸업식이기 때문에 의미 있게 행사가 진행되면 좋겠지만, 관리 기관에서는 예방차원에서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대응해야 하는 게 맞지 않나”라며 “상황이 나아진 것도 아닌데 우리 지역만 이렇게 하는 건 불안감만 키우는 것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도내 초·중·고 학사 일정을 보면 군산을 제외하고 10일부터 졸업식이 시작되는 학교는 초등학교 91곳, 중학교 55곳, 고등학교 28곳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대규모 졸업식을 진행하길 희망하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수차례 있었다”며 “강제 사항도 아니었고 결국 학교장 판단 하에 결정하면 되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김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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