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작전 아닌 서른두 번째 김충순 개인전…천생 화가의 해원(解寃)
유작전 아닌 서른두 번째 김충순 개인전…천생 화가의 해원(解寃)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0.02.06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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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두 번째 김충순 개인전’이 18일부터 23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에서 개최된다. 지난 월요일부터 고인의 유작을 정리하고 있는 미술인들.(김미진 기자)

 지난해 유명을 달리한 김충순(1956~2019) 화가. 고인은 생의 무게가 다하는 순간까지도 붓을 놓지 않았다. 작업실에서, 동네 카페에서, 그가 그토록 다시 가고 싶어했던 프랑스를 향한 비행기와 집에서, 심지어 입원실에서까지…. 붓을 잡을 힘이 없을 땐 휴대폰을 켜고서라도 메모와 그림을 남겼다. 그 모습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그를 ‘천생 화가’라고 부르며 그리워 한다.

 그가 ‘유작전’이 아닌 ‘서른두 번째 김충순 개인전’으로 우리 곁에 돌아온다. 당초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치를 계획이었던 개인전을 한달여 앞서 세상과 이별할 수 밖에 없었던 화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동료와 후배 10여 명이 팔을 걷어 붙이고 이번 전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전이다. 전시를 준비하는 손길들 또한 ‘김충순’이라면, 그렇게 불러주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믿는다.

김충순 作 ‘Pianist’

 5일 오전 차라리언더바에서 만난 유대수·이주리·정문성 작가는 고인의 작품을 시대별, 종류별, 크기별로 분류하고, 엑셀 파일에 꼼꼼히 저장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 옆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고인의 배우자 국정아 씨 또한 소중한 작품들을 꺼내 먼지를 닦아내고, 차곡차곡 정리하는데 손길을 보탰다.

지난 월요일부터 시작된 이들의 작업이 이번주 안에 끝날 수 있을지 장담은 어려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천생 화가’가 남긴 작품은 그 숫자를 파악하기에도 버거운 양이다. 생전에 재료와 표현방법, 장르를 마음대로 바꿔가면서 개인전만을 고집했던 화가였으니 이해되고도 남는다. 남겨진 작품들은 너무도 다채로웠다. 서양화, 스케치, 성화, 일러스트 등 회화의 종류도 다양할 뿐 아니라 도자기, 테라코타, 나무조각, 마스크 등의 입체작품, 각종 포스터와 삽화, 만평 등 인쇄물까지 치열하게 살았던 화가의 삶의 흔적이 가득했다.

 “내 소원은 손에 붓을 들고~~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노래를 부르다 ‘얼음!’ 하고 외치고 굳어버렸으면 좋겠다요. 어떤 작가라도 마지막 미완성으로 남는 작품이 있을 거니까요?”

 고인이 병마와 최선을 다해 싸우던 지난해 5월 페이스북에 남긴 글은 화가로 살다 화가로 남고자 했던 그의 간절함이었다. 고인이 남긴 메모와 글도 작품만큼이나 셀 수 없을 정도록 많은데, 블로그와 페이스북, 휴대폰 메모장에 남긴 이런 저런 삶의 단상들 또한 소중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국정아 씨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최선을 다하고 사력을 다하며 죽음을 맞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보내는 입장이지만 괴롭지는 않았다”면서 “늘 성실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살았던 남편을 존경했고, 사랑했고,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국 씨는 “특히 남편이 세상과 할 이야기를 많이 남겨주고 떠나 너무 감사하다”면서 “어느날 우연히 누구를 만나도 그를 추억하면서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해주었으니 참 고마운 사람이다. 세월이 지나면 이 시기 이별하게 된 것에도 이유가 있을 것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를 그리워했다.

故 김충순 화백의 생전 모습.

 이번 전시는 18일부터 23일까지 교동미술관 본관에서 열린다. 고인이 채 마무리하지 못한 서른두 번째 작품 발표를 대신하고자 하는 뜻을 담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대수 작가는 “이번 전시는 돌아가시면서 못다 이뤘던 개인전을 대신 치러준다는 의미를 담아 고인이 준비중이었던 신작을 중심으로 보여줄 예정이다”면서 “그리고 한쪽 코너에는 작가의 대표 스타일이 되는 작품을 작가의 방처럼 꾸며 추억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프로필은 적지 않기로 한다. 지난 2016년 제31회 개인전에서 고인이 직접 작성했던 작가 소개문 일부에 “더 궁금한 건 인터넷 아무데나 내 이름을 쳐보면 됩니다”라고 쓰여있었다. 그게 김충순이다. 평이한 프로필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변덕쟁이. 유쾌하고, 거침없고, 할 말 다했지만 한없이 여리고 눈물도 많았던 한 남자가 보고싶다.

 김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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