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vs ‘1917’, 아카데미 주요 상 주인공은
‘기생충’ vs ‘1917’, 아카데미 주요 상 주인공은
  • 연합뉴스
  • 승인 2020.02.06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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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장의 비극 1인칭으로 전달한 ‘1917’

  

 오는 9일(현지시간) 열리는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등 주요 상의 주인공은 어떤 영화가 될 것인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일까 아니면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일까.

 아카데미 시상식이 나흘 남짓 남은 현재, 외신 등은 아카데미가 ‘기생충’과 ‘1917’의 대결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1917’은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10개 부문,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로 올라있다.

 아카데미 전 열린 여러 시상식에서는 ‘1917’이 우세했다.

 ‘1917’은 미국 골든 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았고 영국 아카데미 영화상 작품상과 최우수 감독상, 촬영상, 음향상 등 7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기생충’은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영국 아카데미에서는 오리지널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영화제작자조합(PGA) 시상식에서도 ‘1917’이 작품상을 거머쥐었고 아카데미(오스카) 상을 예측할 수 있는 지표라 불리는 DGA(미국감독조합)상 역시 샘 멘데스에게 돌아갔다.

 외신의 예측도 엇갈린다.

 버라이어티는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1917‘이 작품상을 탈 것”이라고 예측하며 “외국어 영화가 국제영화상과 작품상을 동시에 탄 적이 없었다. 게다가 전쟁 영화가 작품상을 탄 적이 많았다”고 근거를 댔다.

 반면 LA타임스 영화 평론가 저스틴 창은 “아카데미 회원들 성향을 살펴보면 통계적으로는 ’1917‘이 작품상을 받을 것처럼 보이지만, 다크호스 중의 다크호스이자 역대 최강의 와일드카드인 ’기생충‘이 충분히 이길 수 있고, 그럴 자격도 된다”고 내다봤다.’

 최근 국내 언론에 공개된 ‘1917’은 영화 기술과 기법의 발전이 얼마나 이야기를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였다. 영화 장면을 이어 붙여 전체가 한 장면으로 이어지는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ntinuous shot)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1인칭 시점에서 볼 수 있게 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4월, 프랑스에 주둔 중이던 영국군 병사 스코필드(조지 맥케이 분)와 블레이크(딘-찰스 채프먼)는 어느 날 에린무어 장군(콜린 퍼스)으로부터 명령을 받는다. 독일군에 의해 모든 통신망이 끊긴 상황에서 함정에 빠진 데번셔 중대의 매켄지 중령(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공격 중지 명령을 전해야 한다. 스코필드와 데번셔 중대에 형(리처드 매든)이 있는 블레이크는 이 명을 전하기 위해 영국군 참호를 지나 무엇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는 무인지대로 나선다.

 썩어가는 사람과 말의 사체가 뒤엉켜있고, 마침내 도착한 독일군 참호에서는 부비트랩을 만나 죽을뻔한 위기를 넘기기도 한다. 과거 마을이었던 곳은 폐허가 됐다.

 스코필드가 명을 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며 영화는 전쟁에서는 사람이 수천·수만 명씩 한꺼번에 죽어 나가는 비일상적인 일이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음을 드러낸다. 모두 베어진 체리 나무는 전쟁에서 희생된 수많은 젊은이를 상징한다. “다 같아 보여도 종류가 여러 개야”라는 대사는 아군 또는 적군이라는 이름 아래 무시된 각 인간의 존엄성을 뜻한다.

 이런 설정과 주제는 여타 전쟁 영화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1917‘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관객이 스코필드의 입장에서 이 비극을 직접 체험하게 한다는 것이다.

 카메라는 뛰고 또 뛰며 강물에 휩쓸리기도 하는 스코필드를 끈질기게 따라붙는다. 좁은 참호를 지나가거나 무인지대를 걸을 때는 카메라가 360도로 회전한다. 어지러울 정도다. 카메라는 때로는 스코필드의 시점, 때로는 블레이크의 시점이 됐다가 또 이들의 뒷모습을 쫓는다.

 몇 개의 눈치챌 수 있는 편집 점을 제외하고는 모든 장면이 한 장면처럼 이어진다. 그러면서 영화 시작과 끝이 이어지는 수미쌍관 형식으로 마무리된다. 이런 ‘원 컨티뉴어스 숏’을 위해 총 4개월간 리허설을 거친 후 본 촬영이 이뤄졌다.

 VR·AR 게임이 아닌데도 주인공 시점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것은 촬영 감독인 로저 디킨스 공이 컸다. 아카데미 촬영상이 가장 유력해 보이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알려지지 않은 낯선 배우가 주인공인 까닭에 관객은 100년도 더 된 전장 한복판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

 음악 역시 압권이다. 때로는 긴장감을 조성하고 때로는 처절함을 강조하는 토머스 뉴먼 음악은 전쟁의 비극성을 극대화한다.‘

 전찬일 영화 평론가는 “주제와 함의는 ’기생충‘이 더 좋지만 스타일 측면에서는 ’1917‘이 압도적이다”라며 “’1917‘은 롱테이크가 어떻게 극적 드라마와 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영화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카데미에서 두 영화가 막상막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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