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정우성 “밀도 있는 인물의 사연에 끌려”
‘지푸라기’ 정우성 “밀도 있는 인물의 사연에 끌려”
  • 연합뉴스
  • 승인 2020.02.0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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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나타난 거액의 돈 가방 노리는 인물
영화 ‘보호자’로 첫 연출에도 도전

 
 “돈 가방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각기 다른 사연에 모두 밀도가 있었거든요. 그 구성이 마음에 들었죠.”

  배우 정우성(47)이 자신이 출연한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 영화는 우연히 거액의 돈 가방을 발견한 인물들이 짐승처럼 변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돈 가방은 하나지만, 각 인물은 모두 다른 사연과 이유로 그것을 차지하려 한다.

 정우성이 연기한 태영은 자신 앞으로 어마어마한 빚을 남긴 채 사라져버린 애인 연희(전도연 분) 때문에 돈이 절실히 필요한 인물. 고리대금업자 협박 앞에서는 지질하고 우유부단한 모습도 보여준다.

 6일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정우성은 “각 인물의 사연이 짧지만 간결하게 설명돼 있었다”고 시나리오 첫인상을 떠올렸다.

 “도연 씨(전도연)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연희가 주는 존재감이 좋았어요. 아무래도, 여성 배우가 중심인 영화가 많지 않잖아요. 그런 목마름도 있었고, 연희 옆에 태영이라는 인물을 두면 볼 만한 영화가 나오겠다 싶었죠.”

 태영은 기존 대중이 생각하는 정우성 이미지 또는 정우성이 연기한 다른 인물들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시나리오를 읽었더니 태영의 허점이 보였어요. 어둡기도 했지만, 또 어떻게 보면 경쾌하고 연민이 가더라고요. 절박한 선택에 내몰렸다고 해서 그 사람이 악한 건 아니잖아요. ‘정우성’이라고 하면 각인된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멋있어야 하는 것 아냐?’ 같은…. 그렇지만 태영이 제 이미지 반전을 위한 캐릭터는 아니었어요.”

 연희를 맡은 전도연과 첫 연기 호흡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태영과 연희가 함께 하는 장면이 많지는 않다. 정우성은 “만나는 신(scene)이 많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이 영화가 갖는 아쉬움이자 미덕이죠. 좀 더 긴 호흡을 가지고 만나면 또 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관객 입장에서도 두 배우의 케미(케미스트리·조합)를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요.”

 전도연에 대해서는 “꿋꿋하게 본인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영화에 대한 애정, 책임, 사랑이 없으면 안 된다”며 “현장에서 그걸 확인해서 반가웠고, 그렇기 때문에 애정이 가는 동료 배우다”라고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당초 오는 12일로 예정한 개봉이 연기됐다.

 정우성은 “(관객과의) 만남이 중요하긴 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를 넘어서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빨리 안정된 일상을 찾길 바란다”고 개봉 연기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

 올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외에도 ‘정상회담’ 개봉을 앞둔 정우성은 영화 ’보호자‘로는 그의 꿈이던 연출에 도전한다. ‘보호자’에서는 주연도 맡았다.

 “지금 정신이 없어요. 오는 10일 크랭크인인데, 몇 달 전부터 준비는 계속해왔거든요. 빨리 촬영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감독으로서 소통을 잘하고 있다는 자신은 있는데 현장에서는 고생시킬 것 같네요. (웃음)”

 어느덧 데뷔한 지 26년이 된 정우성은 “전보다 작품과 그 주변의 의미가 더 커졌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전엔 한 작품이 함께 작업한 사람들과 개인적인 의미였다면, 얼마 전부터는 산업의 의미에서 생각하게 돼요. 동료로서 내가 어떤 위치에 있을 것인가라는 고민을 많이 하죠.”

 정우성이 절박한 상황에서 잡고 싶었던 ’지푸라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나의 ’지푸라기‘는 데뷔였다”라고 답했다.

 “정말 맨몸이었던 어린 시절에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죠. 그래도 덥석덥석 모든 걸 다 잡진 않았던 것 같아요. 막연한 꿈과 가까운 걸 잡으려고 노력했어요. 데뷔는 지푸라기를 넘어선 구명선이었죠.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절망했던 적은 없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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