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과 개방, 공동체를 중시한 정월 대보름
집단과 개방, 공동체를 중시한 정월 대보름
  • 이복웅
  • 승인 2020.02.04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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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정월 대보름은 2월8일(음력 1월 15일)이다 1년 중의 첫 보름날로서 가장 밝고 빛나는 날이라 하여 우리 민속의 대표적인 세시명절의 하나로 여긴다. 새해의 첫 보름날은 전통적인 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에서 한해 농사의 풍요와 안정을 기원하는 날이었다.

 조선 후기에 간행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대보름날에도 섣달 그믐날의 수세하는 풍습과 같이 온 집안에 등불을 켜 놓고 밤을 세운다는 기록이 보인다. 이웃 중국에서는 한나라 때부터 대보름을 8대 축일의 하나로 중요하게 여겼던 명절이었다. 또한 일본에서도 대보름을 소정월이라 하여 신년의 기점으로 생각하기도 하였다. 이는 대보름날을 신년으로 삼았던 오랜 역법의 잔존으로 보이며 이러한 점으로 미루어 보건대 대보름의 풍속은 농경을 기본으로 하였던 고대 사회로부터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유래 되었다 음력으로 새해에 들어와 맞이하는 보름날, 전통적으로 한해 농사의 시작이라 하여 매우 큰 명절로 여겼던 것이다.

 정월 대보름에 대한 기록이 최초로 나타난 것은 <삼국유사(三國遺史)> 권1 <기이(紀異)>편이다. 신라의 21대 왕인 소지왕이 정월 보름을 맞아 경주 천천정에서 산책을 하는 중에 쥐와 까마귀가 소지왕에게 다가와서 쥐가 말하기를 까마귀를 좇아가 보라고 하였다. 소지왕은 병사를 시켜 까마귀를 따라가 보라고 하였더니 한 노인이 나타나 왕에게 글을 바쳤는데 봉투에 이 “봉투를 열어보면 두 사람이 죽고 안 열어 보면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라고 씌여 있었다. 한 신하가 소지왕에게 두 사람은 서민이요 한사람은 소지왕을 뜻하니 열어 보라고 권하였다. 소지왕이 글을 열어 보자 “거문고 통을 쏘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소지왕은 대궐로 돌아와 거문고 통을 활로 쏘니 그 안에 숨어 있던 왕비와 승려가 통정하고 반역을 꾀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소지왕은 자신에게 위험을 알려준 까마귀에 보답하기 위해서 정월 보름날을 “오기일(烏忌日)” 즉 까마귀 날이라 명하고 해마다 약식을 지어 제사를 지내게 했다고 한다. 이 제사의 풍습이 오늘날 까지 남아 전해 오고 있다.

  정월 대보름에 대한 기록은 <삼국사기(三國史記)>에서도 나온다. 신라에서는 정월 보름에 연등을 달아 기념했다는 풍속이 있었으며 후에 초파일의 연등 행사로 바뀌어 전해 오고 있다.

 대보름날은 우리민족의 밝음 사상을 반영한 명절로 달의 생성과 소멸 주기에 따라 긴장과 이완, 어둠과 밝음 그리고 나에게서 우리로 교체, 확장되는 민족의 세계관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개인적이며 폐쇄적인 혈육중심에서 집단적이고 개방적인 공동체를 중요시하는 명절로 농경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대보름은 풍년을 기원하는 축원의례가 대부분이며 농사의 첫발을 내 딛는 절기이다. 따라서 대보름의 풍속 및 민속놀이는 전체의 1/4이 넘을 정도로 다양하며 설을 전후한 풍속과 합치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이러 한 풍속과 민속놀이를 봐도 우리 민족이 설과 대보름을 얼마나 중요시했는가를 알 수 있다.

 마을 공동체의 제사인 동제나 의례의 명칭은 지역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주민들의 화합을 다지는 의미는 같다. 대보름은 풍년과 복을 비는 행사로 지신밟기, 달집태우기, 쥐불놓이, 볏가릿대세우기, 용알뜨기, 사자놀이, 줄다리기, 차전놀이, 놋다리밟기, 더위팔기, 연날리기, 부럼깨기, 오광대탈놀음 등이 있다. 또한 대보름날에는 멥쌀, 찹쌀, 조, 수수, 보리 등을 넣어 지은 오곡밥과 찹쌀과 밤, 대추, 꿀을 넣어 만든 약식을 만들어 먹는다. 아침 일찍 부럼이라고 하는 껍질이 단단한 과일을 깨물어 마당에 버리는데 이렇게 하면 1년 내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여 이를 부럼깨기라 했다 또한 아침에 찬술을 먹는데 이를 귀밝이 술이라 하며 한햇동안 귀가 잘 들리고 좋은 소식만 듣게 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밖에 지역마다 약밥이나 보리밥을 나물과 함께 담 위에 얹어 놓고 까마귀가 먹도록 했는데 이를 까마귀 밥을 차린다고 한다. 정월 대보름에는 묵은 나물과 복쌈을 먹는 풍습도 있다. 고사리, 버섯, 호박고지, 무말랭이, 가지나물, 산나물 등을 말렸다가 보름날이나 그 전날 나물을 무쳐 오곡밥이나 약밥과 같이 먹는데 묵은 나물을 먹으면 그해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하며 김이나 취잎사귀로 오곡밥을 싸서 먹는 것을 복쌈이라 하여 복이 들어온다고 믿었다. 새해들어 처음 맞이하는 보름날은 농사의 시작이라 하여 매우 큰 명절로 여겨 왔으나 농업경영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자동화, 기계화로 변화하면서 전통적인 우리 풍속인 정월 대보름 놀이도 잊혀져 가고 있다. 이를 보존하고 이어 나가는 방안과 지혜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복웅<(사)군산역사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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