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감상은 제2의 창작
그림감상은 제2의 창작
  • 이정희
  • 승인 2020.02.03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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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요? 사진 같아요.”​

 “저 그림은 무엇을 표현한 것이죠? 이해하기 어렵네요.”

 “그림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로부터 종종 듣는 질문이다. 그림(미술)은 교육수준, 문화취향, 관심사 등 유·무형의 다양한 개인적 편차 때문에 정형화된 감상법을 정하기란 쉽지 않다.

 미술감상에 앞서 미술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술이라는 말을 들을 때 어떤 사람은 피카소나 고호의 그림을 떠올리고, 어떤 사람은 벽지와 구별이 되지 않는 추상화 앞에서 난처했던 경험을 떠올릴 수도 있다. 각자의 기억이나 경험으로부터 우리는 미술과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의 단서들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미술을 통해 흥미로운 사고와 감각적인 즐거움을 경험하길 원한다면 일단 우리가 미술에 대해 알고 있는 여러 가지 통념을 깨뜨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필요가 있다.

 미술을 장소의 개념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알타미라의 동굴 벽화로부터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미술이 미술다움으로 남아있는 핵심을 한 가지 뽑아낸다면 그것은 바로 ‘보는 방법’으로서의 미술이다. 주위를 살펴보면 어디에나 미술은 있다. 텔레비전, 비디오, 영화, 만화, 광고, 사진, 건축물, 도시공간 등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미술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술은 작품의 재료와 크기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것이 화집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작품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전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는 감상을 위해 조명, 작품배치, 음향 등에 신경을 쓴 공간이기 때문에 집중해서 작품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인과의 만남 장소로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활용하는 방법도 미술과 친근해지는 훌륭한 방법이다. 혼자 가는 것보다는 몇 사람이 함께 가서 그림을 보고 느낀 점, 알아낸 것에 관해 가능한 자세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좋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볼 확률이 높다.

 전시회의 팸플릿 서문 등을 참조하는 것도 좋다. 작가와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만 있다면 최고의 감상법이다. 작품은 그저 전시되기 위해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의사소통하기 위해 있는 것이다.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중요시하는 것은 현대미술의 중요한 추세 중 하나다.

 다음 단계로 작가가 작품 속에 담아낸 난해한 언어체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우선 작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이해해야 한다. 베토벤의 ‘전원교향곡’이 청각마비 시기에 창작되었다는 것을 모르고서 감상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스페인의 게르니카 지방의 대학살을 항의하기 위해 그린 것이라는 배경을 모르고서는 감동을 느낄 수 없다.

 미술품이 ‘제1의 창작’이라면, 감상은 사실상 ‘제2의 창작’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작가와 작품, 감상자 사이에 중요한 관계를 설정하기 때문이다. 또 작가가 표현한 자신의 내면적인 미감(美感), 감동, 인식, 동적 직관에 기인한 모종의 몸짓 등은 미술의 영역인 조형적 방법을 통해 감상자에게 보여지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두 가지의 시각으로 압축될 수 있다. 하나는 작가의 의도가 작품이라는 표현수단을 통해 감상자에게 전달되는 조형언어가 일치해야만 된다는 시각이다. 또 하나는 감상자의 입장에서 느끼는 감정 그 자체로서 작가와는 관계없이 이미 감상의 본질이 형성된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만일 후자의 입장에서만 작품을 감상한다면 미술감상은 쉽고 편안해질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미술감상은 어떤 쪽일까? 올바른 감상요건은 이 양자를 잘 조화시킬 수 있는가 하는 데에서 좌우될 수도 있다.

 이정희<전주대 평교 미술아카데미 교수, 지후갤러리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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