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화의 종국엔 사람이 있다
제도화의 종국엔 사람이 있다
  • 장상록
  • 승인 2020.02.0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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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기자, 국회의원 보좌관,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 그리고 노무현 재단 사료연구센터 본부장까지 그의 이력은 다양하지만 그는 여전히 내가 처음 만난 그날 모습 그대로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진부한 말이 여전히 새로운 것은 역설적으로 그것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소수의 영역에 살고 있는 사람이다. 현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도 한동안 그는 재야에 있었다.

  그런 그가 나를 만나러 예산에 왔을 때다. “이 정부에서 역할을 하셔야죠.” 라는 내 말에 그는 저간의 상황을 얘기해줬다. 여러 자리 제의가 있었지만 본인 판단에 적절치 않아 사양했다는 것이다.

   그가 거절한 자리 중에는 청문회 도중 낙마한 장관 후보자의 보좌관 자리도 있었고 현재 대선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정치인의 참모 역할도 있었다.

  ‘이 사람은 향기가 변치 않는구나.’ 그가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있을 때 국회의원이 오히려 그의 눈치를 봤다는 말이 신선했던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는 잘 나가던 청와대 행정관 시절에도 그를 보려는 많은 권력기관 인사들의 자리 대신 나 같은 백면서생과의 소주 잔을 택했다. 이익 앞에서 본인의 소신과 철학을 지켜나가고 강자 앞에서 당당하며 약자 앞에서 낮아질 수 있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그는 내게 하나의 사실을 확인시켜줬다. 인치(人治)를 극복하는 것은 제도화이지만 그것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그 사회 구성원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공염불이 되고 만다. 인사(人事)와 관련 요즘 말이 많다.

   한 종편방송에서 전북 모 일간지를 인용해 현재 전북 인사들의 약진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것을 봤다. 국회의장 출신의 총리를 비롯해 검찰 핵심 보직에도 전북 출신들이 다수 기용되었으니 그런 얘기들이 나올 만하다. 바야흐로 전북 전성시대인가.

  사족이지만 나 역시 고향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기쁘다. 그럼에도 의문이 있다.

   전북 출신 사람 몇 몇이 어느 자리에 올랐다는 사실이 전북의 실질적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미지수지만 특정 인사 몇을 통해 한 지역의 모습이 급변한다면 그것은 더욱 큰 문제다. 그것은 패권 추구에 대한 욕망이 낳은 기형아이기 때문이다.

  인재의 고른 등용은 국가와 사회의 존속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이른 바 사회적 약자 배려도 같은 차원이다. 그럼에도 이것이 어려운 것은 단순한 기득권 수호 논리를 넘어 역차별과 공정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따르기 때문이다.

  명 태조 주원장(朱元璋)은 고아 출신 거지에서 황제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 중에는 과거에 급제하거나 채점관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죽은 사람도 있다. 물론 그것은 실력에 의한 정당한 급제였고 올바른 채점이었다.

  문제는 합격자가 특정지역에 편중된데 있었다. 주원장은 재시험을 치르게 했지만 같은 결과가 나오자 합격자와 채점자를 모두 죽인다. 이른바 인재의 지역할당을 위한 극단적 처방이었다. 주원장이 세운 이 원칙은 이후 명나라는 물론 청나라가 멸망하는 순간까지 지켜진다.

  전북 인사의 약진이 한국 사회의 통합과 균형적 발전을 위한 합의의 산물이라면 그것은 주원장의 대원칙과도 다르지 않다. 또한 그것은 특정 지역의 패권추구도 아니다.

  그럼에도 전북의 현실은 여전히 어렵다. 사람 몇 몇이 어느 자리에 간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닌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 제도화가 중요하지만 그것을 결정하는 과정은 결국 사람 몫이라는 것이다. 인사(人事)에 대한 기대와 우려도 그래서일 것이다.

  이념과 정파, 연령과 성별 그리고 수많은 다름에 대한 분열과 갈등을 보면서 정치의 역할을 생각해본다. ‘가치의 권위적 배분’, 정치의 역할에 대한 가장 짧고 강한 정의다.

  김상철 보좌관과 언제 소주 한 잔 나눠야겠다.

 장상록<예산군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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